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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5세 이하 사망률, 南의 8배 "어린이 170만명 치명적 질병 위험"

중앙일보

입력

북한 평양산원의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북한 평양산원의 간호사들이 아기를 돌보고 있다.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남한의 8배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성은 통일사회보장연구센터장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북한 영유아 및 아동 지원 사업의 분석 결과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30일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 영유아 및 아동의 건강 상태를 주로 다뤘다. 북한에서 출생 시 체중이 2500g 미만의 저체중으로 태어난 경우는 5.7%로 조사됐다. 지역 간 격차도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평양은 3.8%인 데 반해 양강도와 황해남도는 7.7%였다. 강원도와 자강도는 각각 7%와 6.6%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출생아의 체중은 산모의 건강, 출생아의 생존과 건강, 심리사회적 발전에 매우 중요한 지표인데 북한에선 저체중아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또 북한에서 저체중아 비율이 높은 것은 임신 전후 산모의 영양 부족, 다산, 인공수정, 낮은 사회경제적 상태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건강 문제, 열악한 사회 인프라, 의료 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영유아 및 아동의 질병 위험이 높고,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도 다소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17년 세계보건통계’에 따르면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은 1000명당 24명으로 남한(1000명당 3명)의 8배 수준이다.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1998년 1000명당 92.3명에서 2000년 76.8명, 2004년 44.5명, 2009년 41.4명, 2012년 36.8명, 2017년 24명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는 “북한 인구의 25%가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영유아를 포함한 170만 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화 바람이 북한에 스며든 것일까. 평양 어린이들이 미키마우스 캐릭터 가방을 멘 모습이 포착됐다(위 사진 오른쪽 원). 영남대 교양학부 스티븐 슈이트 교수가 지난 7월 초 찍은 사진이다. 앵그리버드 신발(왼쪽 원)을 신은 어린이도 있었다. 미국인인 슈이트 교수는 북한 고려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6월 30일부터 7박8일간 평양·원산·판문점 등지를 여행했다. 그는 "공항에서 짐을 뒤지지도 않았고 사진을 마음껏 찍게 하는 등 자유롭게 여행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티브 슈이트 교수]

글로벌화 바람이 북한에 스며든 것일까. 평양 어린이들이 미키마우스 캐릭터 가방을 멘 모습이 포착됐다(위 사진 오른쪽 원). 영남대 교양학부 스티븐 슈이트 교수가 지난 7월 초 찍은 사진이다. 앵그리버드 신발(왼쪽 원)을 신은 어린이도 있었다. 미국인인 슈이트 교수는 북한 고려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으로 6월 30일부터 7박8일간 평양·원산·판문점 등지를 여행했다. 그는 "공항에서 짐을 뒤지지도 않았고 사진을 마음껏 찍게 하는 등 자유롭게 여행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스티브 슈이트 교수]

또 북한 영유아 영양 상태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출생아 중 생후 6~23개월의 최소 필요식 섭취 비율은 2013년 기준 26.5%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 보면 평양은 59.4%인 데 반해 양강도는 15.6%, 함경남도 19.1%, 강원도 18.4%, 자강도 17.3%, 황해북도 18.5%에 불과해 지역 간에 식량을 비롯한 경제 상황의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노력으로 북한의 신생아 예방접종률이 높아져 영유아 사망률을 감소시켰던 경험은 북한 어린이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국제사회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000년 북한의 신생아 결핵 예방접종률은 78%로 추정됐으나, 2005년 94%로 증가하였고, 2010년을 기점으로 97~98%로 증가하여 남한 수준(99.8%)에 근접했다. 홍역ㆍ소아마비 등 다른 필수 예방접종률도 비슷하게 올라갔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북한의 영유아 예방접종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남한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최근 북한의 영유아 사망률이 점차 낮아지는 것도 이러한 예방접종률 향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우리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아동절(1일)을 맞아 평양애육원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웃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고아 보호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원아들의 경우 깡마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식사인데도 큰 밥그릇이 눈길을 끈다.[노동신문]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우리의 어린이날에 해당하는 국제아동절(1일)을 맞아 평양애육원을 방문해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웃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 고아 보호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원아들의 경우 깡마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식사인데도 큰 밥그릇이 눈길을 끈다.[노동신문]

조성은 센터장은 “북한 어린이의 건강ㆍ영양 상태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향후 10년간 북한에서 현재의 저출산과 식량난, 그리고 열악한 의료보건 상태가 유지된다면 북한 인구구조가 고령화될 뿐 아니라 통일 이후에 노동 생산성을 개선하는 데도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반도의 번영을 위해서는 경제적 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 투자도 매우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조 센터장은 “북한 어린이의 발달과 성장은 한반도 미래 사회의 중요 동력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요소이며,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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