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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노무현 정부 닮은꼴?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의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보면 노무현 정부 당시처럼 이름이 바뀌거나 동일한 명칭으로 신설된 비서관실이 눈에 띈다.

정책실장→시민사회수석→비서관급까지 부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정부에서 비서실장·민정수석·시민사회수석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조직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당시 경험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부 비서관 직제는 문 대통령이 당시와 비슷한 기능으로 보강해달라고 지시한 사항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부 출범 당시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박근혜 정부 때 비서실장 산하 정책조정수석으로 축소된 정책실장 직제를 4년 2개월 만에 부활시켜 장하성 실장을 임명했다. 지난달엔 사회혁신수석 명칭을 2004년 5월 노무현 정부 당시 처음 신설됐던 시민사회수석으로 바꾸고 이용선 신임 수석을 임명했다.

 실장급·수석급에 이어 지난 26일 청와대가 발표한 비서관급 조직 개편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명칭을 바꾼 사회조정비서관과 정책조정비서관, 신설된 연설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사회수석실 사회혁신비서관은 이번에 사회조정비서관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초대 시민사회수석이던 당시와 동일한 구조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산하에 사회조정1·2·3비서관을 뒀다. 송인배 현 정무비서관이 당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을 거쳐 사회조정2비서관을 지냈다.

 기존 정책기획비서관에서 명칭이 바뀐 정책조정비서관 역시 2005년 7월 조직개편에서 정책실장 직속으로 새로 신설된 직급이다. 이번 정부에서 정책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일자리 수석에 승진 임명된 정태호 수석이 노무현 정부 첫 정책조정비서관이었다.

 이번에 새로 생긴 연설기획비서관도 비슷한 시기인 2005년 11월 신설됐다. 당시에도 청와대는 기존 연설비서관 업무와는 별도로 주요 국정메시지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설기획비서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 김경수 현 경남지사 등이 노무현 정부 연설기획비서관 출신이다. 문 대통령은 이 시기(2005년 1월~2006년 5월)에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설된 국정홍보비서관의 경우에도 기존 홍보기획비서관 업무를 분담하는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홍보수석(현 국민소통수석) 산하에 홍보기획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을 모두 두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현 청와대에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 가운데 조직 개편도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후속 비서관 인선에서도 김영배 전 성북구청장 등 노무현 정부때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른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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