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7일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과 계엄령 검토는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기무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방개혁 2.0’을 보고 받기에 앞서 “누구보다 국민을 두려워하는 군대가 되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무사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별도로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송영무 국방장관과 정경두 합참의장, 육ㆍ해ㆍ공군 참모총장 등 주요 군 관계자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날에 이어 계엄령 문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면서 관련 수사와 기무사 개혁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은 군대 내 성비위 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불미스러운 일로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특단의 노력을 강구하여 지휘관부터 솔선수범해서 민주적이고 성평등한 조직 문화를 확립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방위사업 비리 역시 국민을 배신한 중대한 이적 행위”라며 “군이 충성할 대상은 오직 국가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과 관련해서는 “비전과 목표는 명확하다. 전방위적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한 군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는 것”이라며 “기본 방향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라도 대비할 수 있는 군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 비핵화 노력이 진행 중이지만, 그 끝이 어딜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안보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고 신축성 있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군을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유연성을 강조한 것은 최근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문 대통령은 “우리 군을 독자적, 획기적으로 강화해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전환하고, 한·미연합방위 주도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우리 군이 진정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때 군의 자존감이 높아지고 국민의 신뢰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양적 재래식 군 구조에서 탈피해 첨단화, 정예화된 군을 만들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을 국방의 모든 분야에 접목시켜 우리 군을 도약시킬 기회로 활용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늘 우리 군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강도 높은 개혁 방안을 준비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군 지휘관들은 개혁을 선도하는 리더들”이라고 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는 계엄령 문건을 둘러싸고 국방부와 기무사 간 정면충돌이 빚어지는 등 혼란스러운 군 내부 분위기를 단속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참석자들은 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에게 보통 구호 없이 거수 경례만 하는 것과 달리 ‘충성’을 외치며 다함께 경례를 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은 정전협정 65주년으로 미군 유해 55구가 북한으로 송환되어오는 좋은 일도 있었다”며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오늘 국방 개혁 2.0 보고대회를 갖게 되어 아주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여름 휴가를 다녀온다고 밝혔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