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포청천 문희상 "국회 입법정책개발비 영수증 공개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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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기 국회사무처가 입법·정책개발비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사무처가 이와 관련해 진행 중이던 행정소송의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이로써 2심 재판부가 "성명, 직책 등을 포함한 영수증 등을 공개하라"고 한 판결이 사실상 확정됐다. 국회의 입법·정책개발비는 특수활동비처럼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은 아니지만 영수증 등 집행내역 지출증빙서류가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예산' 중 하나로 비판받아 왔다.

문희상 20대 후반기 국회의장. [중앙포토]

문희상 20대 후반기 국회의장. [중앙포토]

국회사무처는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가 국회 사무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의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최근 국가 기관의 행정소송을 지휘하는 법무부에 상고 포기 의견을 전달했다"며 "법무부로부터 이를 인용하는 회신이 27일 도착해 상고 포기가 최종 결정됐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가 상고심 재판을 포기하고 입법·정책개발비의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기로 입장을 바꾼 것은 새로 취임한 문희상 국회 의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사무처는 앞서 참여연대가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청구한 소송에서 지난 4월 대법원에 "국회 고도의 정치적 행위가 노출돼 궁극적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문 의장이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특수활동비는 폐지가 목표다. 대명천지에 '깜깜이 돈' '쌈짓돈'이 있어선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는 등 국회 예산의 투명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면서 입법·정책개발비 지출증빙서류도 공개하는 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 [중앙포토]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 [중앙포토]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지난해 6월 국회사무처에 2016년 6월부터 1년간 집행한 국회의원 입법·정책개발비의 영수증·계약서·견적서 등 증빙서류의 공개를 청구했다. 지난해 국해가 86억원을 편성한 입법·정책개발비는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소규모 정책연구용역 ▶정책자료 발간 ▶도서구입비 등에 사용되는데, 특수활동비(81억원)보다 규모가 크다.

국회사무처는 당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영수증 등이 공개되면 의정활동이 제약돼 국익을 해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집행내역만 공개하고 증빙서류는 비공개 처분했다. 이에 하 대표는 지난해 9월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월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입법·정책개발비의 지출증빙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수증이 공개된다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2심 재판을 진행한 서울고등법원도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리며 하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의 상고 제기 기간은 27일까지인데, 국회가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재판은 2심 판결로 사실상 확정됐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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