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에 요즘 '운전면허학원이'이 콧노래 부르는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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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경기도 용인운전면허시험장 내 대형면허 기능시험장 모습. 주 52시간 시행으로 경기도내 운수회사들이 인력난을 겪자 대형먼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민욱 기자

27일 오전 경기도 용인운전면허시험장 내 대형면허 기능시험장 모습. 주 52시간 시행으로 경기도내 운수회사들이 인력난을 겪자 대형먼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김민욱 기자

버스 모는 '대형면허' 따려는 사람들

27일 오전 10시10분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도로교통공단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정문 출입구 왼편에 마련된 1종 대형면허 교양장은 기능시험을 보려는 20여명의 응시자로 가득 찼다.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대부분이었다. 이 시험장은 화·금요일에 각각 4차례씩 기능시험을 실시한다. 응시자들은 20분 뒤 치러질 기능시험을 앞두고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시험장 외곽 울타리에서는 경사로·굴절·평행주차 코스 등이 포함된 기능시험장이 눈에 들어왔다. 한 50대 남성은 마치 가상의 복서를 상대로 연습하는 ‘섀도복싱(shadow boxing)’하듯 눈짓·손짓으로 막바지 연습을 했다. 그는 “최근 직장을 그만뒀는데, 버스운전 기사로 제2의 인생을 살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경기도의 한 광역버스가 회차지인 서울 강남역에서 손님을 태우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경기도의 한 광역버스가 회차지인 서울 강남역에서 손님을 태우고 있다.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습니다. [중앙포토]

인력난 허덕이는 운수회사 재취업 노린다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가 핵심인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서 ‘1종 대형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취업에 나선 50·60대, 특히 여성 운전자의 도전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운수회사들의 인력난과 연관이 있는 움직임이다. 바뀐 근로기준법은 운수 종사자를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했는데, 도내 운수업계에만 내년까지 219개 회사에 모두 5000~6000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오전 경기도 용인운전면허시험장이 1~2종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응시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욱 기자

27일 오전 경기도 용인운전면허시험장이 1~2종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응시생들로 북적이고 있다. 김민욱 기자

운전면허학원, 여름 특수 톡톡히 봐 

이런 현실에 운전면허학원은 여름 특수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대학교 여름방학 기간이라 1·2종 보통 면허를 따려는 수강생이 몰릴 때인데, 여기에 대형면허 수강생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경기도 광주 J운전학원은 이달 들어 대형면허 수강등록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정도 늘었다는 게 학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여성 운전자의 경우 40%가량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여성분들이 운수회사 취업에 관심을 가진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J운전학원은 새로 수강 신청을 하거나 지인을 소개할 경우 제주도 왕복항공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준비한 100장의 물량이 이미 소진됐다.

수원의 C운전학원 관계자도 “최근 대형면허 수강생이 늘고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하남시 내 한 마을버스 업체 관계자는 “요즘 급여와 근무시간 등을 묻은 취업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 광주 J운전학원에서 대형면허 수강생이 기능시험 코스를 익히고 있다. [사진 광주 J운전학원]

경기도 광주 J운전학원에서 대형면허 수강생이 기능시험 코스를 익히고 있다. [사진 광주 J운전학원]

버스운전자 양성 발 빠르게 나선 지자체

지자체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고양시는 올해 말까지 버스운전자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고양시기업경제인연합회와 연계해 우선 70명을 양성한다는 게 목표다. 현재 28명의 교육생을 모집했다. 시는 심화 교육과정을 통해 실제 취업으로까지 연결해줄 계획이다. 고양시 관계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버스운전자 부족문제에 대응하면서 일자리까지 창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도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위탁 양성 중인 운수 종사자를 매년 500명에서 배 이상 늘린 2000명 수준으로 양성한다. 필요한 예산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용인=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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