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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만난다는건 말타기와 같아" 성차별ㆍ성희롱 조장하는 어린이용 만화

중앙일보

입력

엉클그랜파

엉클그랜파

국내 방송되는 어린이 프로그램에 획일화된 여성 이미지를 강화하고,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내용이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서울YWCA와 함께 지난달 1일~7일 어린이 프로그램 112개를 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26일 공개했다.

양평원에 따르면 어린이 프로그램의 등장인물 성비와 성별 역할을 분석한 결과, 주로 남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등장인물 중 여성 31.9%(332명), 남성 56.5%(588명), 기타 11.6%(121명)로 남성이 많았다. 주인공 역할의 경우도 여성 31.6%(108명), 남성 57.9%(198명), 기타 10.5%(36명)로 남성이 약 1.8배 많았다.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성차별적 내용(54건)이 성평등적 내용(10건)보다 약 5배 가량 많았다. 주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내용이 많았다.

시계마을 티키톡

시계마을 티키톡

양평원 분석에 따르면 ‘시계마을 티키톡’은 남성인 팡과 베베토는 창의성을 발휘하여 실수를 만회하는 능력자로 그려지는 반면, 여성인 무는 청소와 요리 등 가사노동에 헌신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양평원은 “이를 통해 성별에 따른 노동 영역을 구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름빵

구름빵

‘구름빵’ 36화는 주인공인 홍비 집에서 가족들이 손님과 함께 식사하는 장면에서 아빠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고 엄마는 앞치마를 두르고 계속 가족과 손님의 시중을 들고 있다. 양평원은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이 반영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바비의 드림 하우스

바비의 드림 하우스

‘바비의 드림하우스’도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양평원은 주인공의 집에 방문한 친구들이 의상, 구두, 가방으로 가득 찬 드레스룸을 보며 부러워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거나 여성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강화시키는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도 있었다. ‘엉클그랜파’ 26회에는 “내가 아주 예쁜 언니들이랑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라는 대사와 함께 여성을 성적 상품으로 소비하는 남성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했다. 양평원은 “어린이들에게 ‘여성은 성적 유희의 대상’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어드벤처 타임 특별관

어드벤처 타임 특별관

또 어드벤처 타임 특별관 43화는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말타기랑 똑같아. 말에서 떨어지면 바로 다시 올라타야 하는 거야. 다른 말에. 그리고 바다에 넘치는 것이 물고기야. 물 반 물고기 반”이라고 말함으로써 성희롱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발언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양평원은 “미디어의 영향력에 더해 사용자들이 영상을 올리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어린이들은 왜곡된 고정관념을 답습할 위험이 크다”며 “온라인 플랫폼 관계자 및 제작자들은 사화적 권한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성평등한 관계와 다양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제작ㆍ보급할 책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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