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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돈스코이호 의혹 … 신일그룹 사명 바꾸고 대표 교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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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이 “돈스코이호에 금화나 금괴가 있는지, 그 양은 얼마인지 현재로선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암호화폐 ‘신일골드코인’과 신일그룹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일그룹은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부터 새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최용석 대표는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와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 등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회견서 “신일골드코인과 관련 없다 #보물선 150조 어떻게 산출됐나 몰라” #이사회도 교체해 ‘꼬리자르기’ 의혹 #경찰, 신일그룹 사기 혐의 수사

신일그룹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대표는 “신일그룹은 그간 의혹이 제기됐던 신일광채그룹ㆍ인일유토빌건설ㆍ제이앤유글로벌ㆍ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고,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탐사ㆍ발견ㆍ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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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미 신일그룹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어떤 회사? 골드코인과 관련 없나?

가장 핵심적인 의혹은 회사의 실체에 대한 것이다. 특히 인양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다는 신일골드코인과신일그룹이 아무 관련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일그룹은 이날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와 관련해 홍보를 하고 ‘스페셜 세일’도 진행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는 질문에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또한 신일골드코인을 발행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과는 상호만 같을 뿐 전혀 관계 없는 별개 회사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신일그룹의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그러나 특허청에 출원된 신일골드코인과 돈스코이호 상호 출원인은 회사 전 대표이자 최대 주주였던 류상미씨이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싱가포르 신일그룹 운영자를 유지범 씨라고 알고 있는데, 류씨와 유씨가 인척 관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 회사의 대표들이 인척 관계에 있지만, 회사만 놓고 보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라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신일골드코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게시된 사진에는 이날 신일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건 맞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시도하는 신일그룹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했다. 그러면서 “이전 류상미 대표이사와 임원들, 이사회가 구성돼 있었는데 신일그룹이 ‘사기꾼 집단’이 되는 형세다 보니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껴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까지만 일한 것으로 하고, ‘1기 이사회’로 끝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신일그룹이 홍보영상을 통해 공개한 돈스코이호 모습. 신일 측은 15일 경북 울릉도 앞바다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사진 신일그룹]

결국 유지범 회장과 류상미 전 대표,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 등이 현재의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인만 놓고 보면 아무 관련이 없는 별도의 회사”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인 관련 논란이 모두 이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란 주장이라,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주가 조작 의혹이 있는 상장사 제일제강과 관련해서도 최 대표는 "주가조작 등 어떠한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의혹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부분들을 앞으로는 시정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코인과 관련해서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피해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보물’ 가치 150조? 인양할 능력있나?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금화ㆍ금기의 존재 여부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답만 내놨다. 또한 그동안 150조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홍보를 해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그간 기사들에서 '돈스코이호에 200t의 금괴가 있어 150조원'이라고 게재됐는데, 현재 1㎏ 당 약 5100만원의 금 시세로 환산해도 가치는 10조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최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과거 1999~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때, 그때 이미 150조원의 가치라고 했고 어떤 신문은 160조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전부터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가 사용됐고, 공공기관에서도 보물선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에 따라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50조원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고 현재도 150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신일그룹은 경북 울릉군 울릉읍 앞 바다 434m지점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군함인 드리트리 돈스코이호(6200톤급).<신일그룹 제공>

신일그룹은 경북 울릉군 울릉읍 앞 바다 434m지점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군함인 드리트리 돈스코이호(6200톤급).<신일그룹 제공>

보물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이를 인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역시 여전히 의문이다. 신일그룹은 당장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필요한 돈은 3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굴 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 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 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도 신일그룹은 어떻게 돈을 마련하고, 어떤 자료를 보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저희가 온전하게 저희 힘으로 인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보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조사도 예정된 상황에서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서울남부지검도 신일그룹과 관련한 사기 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울릉도 앞바다에 침몰한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신일그룹의 최용석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80726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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