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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라텍스 베개 자연발화…해수욕장 등 피서지는 한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4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강한 햇빛으로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영상 캡처=연합뉴스]

24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강한 햇빛으로 라텍스 베개에 불이 붙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제공 영상 캡처=연합뉴스]

기록적인 폭염이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부산의 한 아파트 창가에 둔 라텍스 소재의 베개가 자연 발화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25일 부산안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 41분 부산 금정구의 한 아파트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119대원은 비어있던 A씨 집 창가 바로 옆에 있던 의자 위에 놓인 베개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라텍스 소재의 베개는 이미 절반가량이 타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부산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고온의 직사광선이 라텍스 베개를 장시간 내리쬐면서 열이 축적돼 베개와 베개가 놓여있던 의자 부분이 탔다”며 “라텍스 소재는 고밀도여서 열 흡수율이 높고 열이 축적되면 빠져나가지 않는 특성이 있는 만큼 햇볕이 내리쬐는 공간에 라텍스 소재의 물건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일 전국적으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면서 대낮에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23일 낮(위 사진)과 지난 22일 새벽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의 풍경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연일 전국적으로 가마솥더위가 이어지면서 대낮에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 23일 낮(위 사진)과 지난 22일 새벽 강원도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의 풍경이 대조적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자연재난에 가까운 폭염에 휴가지마저 썰렁한 모습이다. 25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도내 55개 해수욕장을 이용한 피서객은 8만15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3016명보다 약 20% 줄었다. 전남을 대표하는 완도 신지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지난 6일 개장 이후 1만7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용객은 2만3000명이었다.

계곡을 찾는 이들도 뜸해졌다. 25일 무등산 공원사무소에 따르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이달 들어 무등산을 찾은 탐방객 숫자는 네 번째 주말인 지난 22일까지 11만8404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6916명과 비교하면 20% 정도 줄었다. 7∼8월의 무등산 탐방객은 등산객보다 시원한 계곡물을 찾아오는 피서객이 대부분이다. 무등산 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피서객이 냉방시설을 갖춘 도심 쇼핑몰 또는 문화시설, 자동차로 곧장 닿을 수 있는 물놀이장으로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에서 바캉스를 보내는 ‘백캉스족’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일주일간 방문 고객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늘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이 기간 10.2% 신장했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25일 경기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까지 발생한 도내 온열 질환자는 사망 2명을 포함해 모두 18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2일까지 발생한 도내 온열 질환자 155명에 비해 하루 사이 29명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 늘어난 수치다.

울산시 소방본부는 늘어나는 온열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9월까지 폭염 구급차 24대를 운영한다. 폭염 구급차는 얼음 조끼와 전해질용액, 정제 포도당 등 폭염대응 장비를 갖추고 온열 환자를 위한 긴급출동에 대비한다.

폭염은 가축 폐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5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경기도 내에서 74개 농가 가축 10만4300여 마리(닭 9만3900여 마리, 돼지 415마리, 메추리 1만여 마리)가 폐사했다. 하루 전 8만9200여 마리보다 17%(1만5100여 마리) 늘었다.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한 감자밭에서 농민들이 폭염에 농작물이 상하지 않도록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기자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한 감자밭에서 농민들이 폭염에 농작물이 상하지 않도록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기자

농작물 화상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 영주시 50여 농가에서는 수박 속이 검게 변하고 물어지는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차광시설을 갖춘 인삼 재배 농가에서도 잎이 마르는 피해가 발생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일소 피해를 막기 위해 과실에 봉지를 씌우거나 탄산칼슘, 카올린을 주기적으로 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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