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동아시아로 무대 옮긴 '리골레토' 서울오페라앙상블 현대판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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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베르디아노'(베르디 가수)를 가려내는 베르디 콩쿠르 우승자 가운데는 최현수.전기홍(사진).김동규.유승공.한명원 등 한국 출신 바리톤이 5명이나 된다. 그 덕분인지 바리톤이 주인공을 맡는'리골레토'는 국내에서'라 트라비아타' 다음으로 자주 공연된다.

장수동(연출가)씨가 이끄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이 27일~6월 4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올리는 '리골레토'는 음악과 가사는 그대로이지만 무대나 의상은 전혀 딴판이다. 배경을 16세기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 궁정에서 21세기 동아시아의 항구 도시로 옮겼다. 리골레토는 궁정 광대가 아닌 다국적 기업이 운영하는 멤버십 파티장의 요리사로, 두카(공작)는 낮에는 펀드 매니저로 밤에는 무기 밀거래상으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의 대표로 변신한다. 여주인공 질다는 베트남 난민 출신의 청부 살인업자 스파라푸칠레의 총에 맞아 숨진다.

1994년에 창단된 서울오페라앙상블은 소극장 오페라와 번안 오페라로 잔뼈가 굵은 단체. 풀랑크의'목소리', 볼프 페라리의'수잔나의 비밀'등을 국내 초연했으며 '팔리아치''라보엠'의 무대 배경을 서울로 옮겨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작품은 11월에 열리는 상하이 페스티벌 참가작이다. 장수동씨는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 함몰된 아시아적 가치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리골레토와 질다의 비극적 삶은 거대자본 속에서 아시아적 가치를 잃고 살아가는 많은 아시아인의 모습과도 같다"고 말했다.

리골레토 역에는 베르디 콩쿠르에서 우승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는 바리톤 전기홍(45.서울시립대 교수), 질다 역에는 95년 미국 버지니아 오페라단에서 질다 역으로 데뷔한 소프라노 김수정(38.안양대 교수), 만토바 공작 역에는 테너 이현(43.영남대 교수)씨가 캐스팅됐다. 바리톤 장철.강기우, 소프라노 김정아.강혜정, 테너 김경여.김정현 등 오디션으로 선발된 신예들이 함께 출연한다. 원주시향(지휘 김홍식)이 반주를 맡는다. 공연개막 오후 7시30분(화~금), 일 오후 4시, 토 오후 3시 추가. 02-741-7839.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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