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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in&Out레저] 다시 보는 불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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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사> 글=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의 다보탑과 석가탑.

불국사(佛國寺)는 통일신라 경덕왕 때 시중을 지낸 김대성이 751년에 중창을 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24년간을 짓다가 김대성이 죽자 왕실에서 불국사 창건을 이어받아 혜공왕(경덕왕의 아들) 때에 공사를 마무리 지었다. 불국사는 이름 그대로 불국정토의 이상향을 통일신라 사람들이 구현한 절이다.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거대한 석축 기단과 마주친다. 이 자리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단체 설명을 듣는 곳이다. 기단 아래는 현실 세계요, 기단 위부터 불국정토라는 것을 의미하는 건축 구조다. 기단 위에 대웅전이며 다보탑.석가탑 등이 서 있다.

옛적에 불국사에서 쓴 수세식 변기.

청운교와 백운교.

자연석 위에 화강암을 깎아 올린 석축.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가 돋보인다.

대웅전 용머리 장식. 물고기를 입으로 토해내는 모습. 토함산의 토(吐)를 형상화한 것이다.

정면의 기단에는 동편으로 청운.백운교가, 서편으로 연화.칠보교가 놓여 있다. 불국사의 주요 전각에 들어가려면 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청운.백운교는 수행자들이, 연화.칠보교는 평신도들이 이용했다 한다. 양쪽 다 가파르긴 마찬가지인데 청운교 쪽이 훨씬 힘들어 보인다. 불국토에 오르기 위해 불자들이 감내해야 할 고행을 의미하는 것일까.

현재는 석축 동쪽으로 우회로를 내고서 청운교 등의 통행을 금하고 있는 탓에 누구든 너무나 '쉽게' 대웅전에 이른다. 1년 중 부처님오신날(5월 5일)에만 유일하게 청운교 등이 개방된다 한다.

대웅전으로 가기 전에 앞서 석축을 보고 간다. 자연석을 겹겹이 쌓고 그 위에 화강암을 깎아 올렸다. 원 상태의 돌과 다듬은 돌 사이에는 빈 틈이 없다.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다. 청운.백운교 밑의 홍예에서도 내진 설계의 흔적이 보인다. 한쪽 홍예의 가운데돌은 사다리꼴이며, 그 옆 홍예의 가운데돌은 뒤집어 놓은 사다리꼴 모양이다. 위아래 어느 쪽에서 힘을 받든지 간에 홍예가 버틸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그때는 이 땅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지대가 아니었나보다. 779년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 명이 넘게 숨졌다는 기록도 있다니.

현재는 자취를 찾아볼 수 없지만 기단 밑에는 큰 연못이 있었다. 현실과 정토를 구분하는 또 하나의 장치였다. 연못을 머리 속에 떠올리지 않고는 기단 중앙의 범영루(泛影樓)며, 그 동쪽의 자하문(紫霞門) 등의 이름을 이해하기 어렵다. 1970년대 초 불국사 발굴 공사를 하면서 연못 흔적을 발견했으나 복원하지 않고 그냥 덮어버렸다.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불국사의 걸작인 다보탑.석가탑 앞에 곧추선다. 다보탑은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사각의 기단부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팔각의 지붕돌이 되었다가 상륜부에서는 원(圓)으로 뒤바뀌는 숨가쁜 변화. 나무를 소재로 쓰는 목탑에서나 볼 수 있는 형식을 석탑에 자유롭게 발휘한 순발력. 조용히 저 화려함을 감상하고 싶지만 그러기에 경내는 학생들 때문에 너무 소란스럽다. 다보탑 갑석에는 원래 네 마리의 사자가 사방을 주시하며 앉아 있었는데 현재는 석가탑 쪽을 바라보는 한 마리뿐이다. 일제시대에 일본으로 반출됐다는 사자들은 지금 어느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까.

그 옆에 선 석가탑은 곡절이 많다. 불국사 건설을 위해 옛 백제 쪽에서 징발돼 온 석공 아사달과 그의 정혼녀 아사녀의 설화, 그리고 그 설화에서 유래한 무영탑(無影塔)이라는 별명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석가탑은 66년 9월 도굴꾼에 의해 털릴 뻔한 위기를 겪었다. 도굴 시도 흔적을 발견하고 정부는 그해 10월 탑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탑을 해체했다. 이때 탑 내부에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도굴 시도 과정에서 탑신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2층 몸돌에 현재 남아 있는 금은 그때 생긴 것이다.

대웅전 뒤에 서 있는 무설전(無說殿). 강당에 해당하는 건물이다. 오묘한 진리는 말을 통해 드러나지 않음을 새기게 하는 이름이다.

무설전 뒤편의 관음전과 비로전을 지나 불국사 사리탑 앞에 선다. 고려 초기 유물로 추정되는 보물인데 불국사 내 국보급 문화재에 눌려 그다지 눈길을 끌지 못한다. 이곳에도 엄청난 이야기가 숨어 있다. 1905년 한 일본 학자가 불국사를 관광하고 나서 사리탑의 작품성에 대해 일본 언론에 기고를 했다. 그 직후 사리탑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다. 책임감을 느낀 그 학자는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사리탑이 1933년 경주로 돌아오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불국사 곳곳에 서린 역사의 향기는 이처럼 깊고도 강하다.

불국사를 통해서 당시 사람들이 실현코자 했던 이상세계, 고귀한 문화유산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후손들의 어리석음과 나태함. 이런 것들을 모두 보아야 불국사를 제대로 살피는 것이다. 이 봄 불국사를 찾은 학생들이 이 점만큼은 기억하고 가기를….

*** 여행정보

▶ 불국사 관람 ‘옥에 티’ = 첫째, 불국사 안내 브로셔를 찾아볼 수 없다. 불국사 경내 배치도가 담긴 브로셔 정도는 만들어서 무료로 나눠줘야 하지 않을까. 둘째,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너무 소란스럽다. 인솔 교사들이 확성기를 버젓이 이용하는 것도 그다지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른 아침과 점심 시간에 가면 단체 학생들을 피할 수 있다. 셋째, 기존의 주차장을 옮긴 뒤에 새 주차장에서 불국사 경내까지 오려면 30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약자는 어찌하라고. 셔틀버스라도 운행해야 하지 않을까.

▶ 한화리조트·대명리조트 신규점 개장 = 한화리조트가 기존 경주점 외에 체험형 테마리조트 ‘에톤’을 개장했다. ‘PO’로 불리는 레저 도우미들이 투숙객들과 함께 어울리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명리조트가 전국에서 다섯 번째 체인인 경주점을 28일 경주점을 문열었다.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이며, 보문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게 장점. 물놀이공간 ‘아쿠아월드’도 만들었다.

▶ 경주 테마 여행= 신라문화원(054-774-1950·www.silla.or.kr)이 매월 음력 보름날 또는 그믐날 가까운 토요일 밤에 ‘달빛기행’ ‘별빛기행’이라는 이름으로 경주 유적 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달빛기행은 13일, 별빛기행은 27일에 한다.

▶ 경주 관광 안내소 = 전국 어느곳 보다도 관광안내소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게 경주다. 경주 나들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있는 서라벌광장(054-777-1330), 경주역 광장(054-772-3843), 경주버스터미널 인근(054-772-9289), 불국사 입구(054-746-4747) 등 네 곳에 있다. 관광안내원들이 한결같이 성의 있고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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