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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추궁에 "컴퓨터 지식 없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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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시인 불구 야 고발 발의-내무부>
「제2의 광주사태」로까지 지목되고 있는 삼청 교육이 교육대상명단 문서의 파기에 대한 위증문제로 내무장관이 고발 발의되는 사태로까지 치달았다.
「위증」시비는 지난 5일 이인섭 치안본부 3차장이 『삼청 교육 관련 문서는 3년의 보존기간이 지나 작년 폐기 처분해 명단 파악이 어렵다』고 대답한 데 이어 이춘구 내무장관이 「보충설명」을 통해 『삼청 교육 관련자 명단은 인권상의 문제가 있어 컴퓨터 입력자료를 폐기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데서부터 비롯됐다.
그러나 18일의 내무부 본부감사에서 명단이 보존돼 있다는 확증을 잡은 듯한 야당의원들의 끈질긴 추궁에 내무부는 마침내 명단보존 사실을 털어놓고 만 것이다.
이날 오후 감사가 속개되자마자 신순범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제기하고 나섰다.
▲신 의원=장관은 지난 5일 삼청 교육 명단이 폐기 유실됐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현재 내무부가 그 자료 일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계속 부인하면 있다는 확증을 제시할 테니까 이 문제부터 먼저 밝히자.
▲조종석 치안본부장=삼청 교육 자료는 보관하고 있다. 없다고 했던 것은 본인이 파악을 잘못했던 것이다. 80년 8월 1일부터 81년 1월 24일까지 경찰이 검거한 대상자를 경찰이 심사위원회를 통해 엄격히 심사, 신상자료를 작성해 관리해 오다 컴퓨터에 입력해 신원조회 등으로 활용해왔다.
그 이후 인권문제가 발생해 88년 6월 28일 전반적으로 삭제했다.
그러나 컴퓨터 온라인 규정상에 수사자료는 삭제 후에도 3년 간 보존할 수 있다는 규정이 발견돼 확인한 결과 삭제자료가 보관돼 있음이 확인됐다. 필요시에는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
▲정균환 의원(평민)=잠시 감사를 중단하고 감사대책을 논의하자.
(이어 야당의원들은 별도의 대책회의를 갖고 △장관의 시인 사과를 받고 감사를 속개하되 △장관 등의 위증고발 여부는 감사 종료 후 협의해 결정하며 △각 당 1명씩으로 문서검증반을 구성키로 결론.)
▲이 장관=의도적·고의적으로 거짓을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전산컴퓨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서였다. 또 한편으로는 그것을 깊이 파악하지 못하고 답변했던 데서 기인된 것이다. 여러 의원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신 의원=지난 임시국회에서 야당의원의 끈질긴 주장에도 국방위·사회정화위 등에서 한결같이 『없다』고 했다가 명확한 증거 제시를 하려고 들자 장관이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다.
정부가 철저히 삼청 교육 명단을 은폐하려한 행위에 대해 단호히 법적 조치할 것을 정식 제의한다.
▲황병우 의원(민정)=장관의 말을 들어보니 처음부터 고의가 아니었다고 하고 또 사과한 이상 위증이 아니지 않는가.
▲최낙도 의원(평민)=본인이 시인하면 위증이 안 된다는 발언은 문제가 있다.
▲조세형 의원(평민)=장관이 사과를 했다는 데 무엇에 대한 사과인지 알 수 없다.
▲구자춘 의원(공화)=장관의 말은 시인도 아니고 사과도 아닌 경위설명이다.
(이 장관이 다시 나와 앞서의 답변과 같은 요지를 반복)
▲정 위원장=내무장관에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장관은 현황보고 때 분명히(관련명단을) 없앴다고 답변했고 오늘은 그 명단이 있다고 답변했다.
다시 나와 분명히 답변하라.
▲이 장관=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전문지식이 있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더 이상 시인할 얘기도 해명할 얘기도 없다.
이 같은 장관의 답변이 끝나자 야당의원들은 일제히 『장관의 시인·사과 없이는 감사에 임할 수 없다』고 주장해 감사는 일시 중단.
1시간만에 속개된 감사에서 이 장관은 조 본부장의 답변 내용을 반복한 뒤 『본인과 관계자가 올바른 파악을 못하고 몰라서 업무보고에서 그같이 답변한 것은 잘못됐다고 시인하고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시인·사과했으나 야 3당은 이 장관을 위증 혐의로 고발한다고 발의했다.

<원자력위 제 기능 못해-과학기술처>
18일 과학기술처 감사에서는 원자력발전소 안전문제가 집중 추궁됐다.
이날 감사에는 전 한전사장 박정기, 전 한국중공업사장 성낙정씨가 나와 관련된 계약경위 등에 대한 보충 답변을 했다.
황병태 의원(민주)은 『미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영광원자력발전소 11, 12호기에 대한 안전보증을 거부했는데 과연 안전성을 믿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유준상 경과위원장(평민)도 직접 나서서 원전건설에 있어 의결기관인 원자력위원회가 영광발전소 11, 12호기의 도입을 의결해야 하는데도 이미 결정된 다음 보고를 받는 등 제 기능을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관 장관은 『아직 안전성 검토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미원자력위원회의 보증이 없으면 국내 기술진을 동원, 안전규제업무를 할 수 있다』고 답변.

<포철 측 이씨 옹호 안 해-포항제철>
전두환 전대통령의 처남이자 포철의 철관 독점 납품권을 갖고 있던 (주)동일의 사장인 이창석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가운데 포철에 대해 감사를 벌인 19일의 국회 상공위는 감사시작부터 박태준 회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일부 야당의원들의 핵심을 벗어난 문제 제기에 한차례 정회하는 등 소동.
이날 감사에는 이씨를 비롯, (주)동일을 인수한 경안실업 대표 지영학씨가 증인으로 나왔으며 두 사람은 감사시작 전부터 와서 기다리다가 다소 겁먹은 표정으로 감사장에 출석.
이날 야당의원들은 포철의 일해재단에 대한 45억 원 기부 경위 및 이씨와 관련된 각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으며 민정당의 이정무 의원 같은 이도 이씨 문제에 대해서는 신랄한 질문공세.
조홍규 의원(평민) 등 야당의원들은 『박정희 전대통령의 조카인 박재홍씨가 경영하는 동양철관에 70년대 배차주임으로 입사한 이씨가 어떤 경위로 5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부사장이란 자리까지 올라갔으며 동일이란 회사를 만들어 엄청난 이윤이 나는 광양제철소 매립철관 납품을 독점하게 됐느냐』고 추궁.
더욱이 『포철에서 생산하는 제품 중 남은 자투리 철강과 불합격 제품을 헐값에 독점으로 사들여 치부를 할 수 있었느냐』며 이는 전 전대통령과 이순자씨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공격.
야당의원들은 『포철장학회가 동일의 이씨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과정에서 액면가보다 30억 원이나 더 주고 산 경위를 대라』고 추궁.
이에 대해 포철 측은 『광양제철소를 건립하면서 동양철관과 합작으로 (주)동일을 만들어 이씨를 사장으로 앉힐 때 광양제철소 건립을 위한 매립철관의 납품 권을 주었다』며 『당시 주식배분은 포철이 45%, 동양철관이 45%, 이씨가 10%만을 가졌었는데 85년 말이 돼서야 이씨가 51%의 대주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고 담당부장 등 임원 8명을 해고시켰다』고 대답.
포철 측은 답변과정에서 시종일관 이씨에 대해 옹호하거나 이씨를 전혀 뒷받침해주지 않은 채 「당시 분위기 상」 어쩔 수 없었음을 암시해 주목.
포철 측은 일해재단에 대한 45억 원 기부금 문제에 대해 『포철의 정부보유 주식은 20%이고 따라서 81년 정부투자기관관리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포철은 상법에 의해 지배받는 회사가 됐고 법인세 납부실적에 따라 기부금 액수를 결정한 재계모임 합의에 순응, 45억 원을 기부했다』고 발뺌.

<포항=이연홍 기자>

<학원의 군사문화 추궁-서울시교위>
이날 감사에서 삼청교육대에 고교생들까지 포함된 과정, 새 세대육영회에 대한 시교위의 감독 소홀, 도심지 학교의 강남이전 과정에서의 비리 문제, 최열곤 교육감 구속사건을 중점추궁.
서청원·김우석 의원(이상 민주)은 『삼청교육대 순화교육 당시 각 고교 교장에게 대상 학생들을 할당해 교육을 받게 한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촉구하면서 『이후에도 삼청 교육과 유사한 장기수련교육을 시교위가 독자적으로 실시했다』고 폭로.
서 의원은 『86년 6월 시교위가 고교생 81명을 대상으로 18일간 실시한 「학생극기심 배양 장기수련」은 5공화국의 군사 문화적 풍조를 학원에까지 강요한 대표적 증거』라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면서 『제출자료를 보면 「엄격한 규율훈련」, 「담임 교관」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등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을 주위 학생들로부터 격리, 수련시키겠다는 발상은 학교교육을 포기한 것』이라고 추궁.
김우석 의원은 『새 세대육영회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는 안기부로부터 매입한 2만 8천 평뿐이라고 보고하고 있으나 조사결과 1만 4천 5백 평도 83년 안기부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되어있는데 사실여부를 밝히라』고 촉구하고 『이순자 회장 사퇴 후의 새 세대육영회 운영방법 및 대책은 무엇이냐』고 질의.
김길홍(민정)·백남치(민주) 의원은 『자녀교육을 위해 학군 따라 강남 간다는 얘기처럼 학군제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학군제의 개선방안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양성우 의원(평민)은 『시교위내 상도회라는 모임이 교위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데 사실이냐』고 추궁.

<성 고문 추궁 싱겁게 끝나-법사위>
법사위1반의 조승형·박상천(이상 평민), 장석화(민주), 신오철(공화) 의원 등 야당 측은 인천지검 감사에서 권양 성 고문사건을 놓고 일제히 목청을 높였으나 당시 검사장 및 수사 팀은 모두 전출됐고 수사기록마저 법원에 가 있어 답변은 시종 『난 모른다』식이어서 싱겁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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