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군』 방송은 편성권 침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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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매일 저녁 6시10분부터 50분간 KBS1 라디오와 MBC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고 있는 군 방송 『우리의 국군』에 대한 폐지론이 방송사의 편성권 확보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양 방송사는 국군방송실에서 제작한 이 프로그램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못하고 단지 송출만 하고 있다.
61년 5·16 이후 KBS1 라디오를 통해 방송되어 오던 『우리의 국군』은 국방부(80년 11월 27일)와 문화공보부(80년 12월 12일)의 국군방송 확대실시 협조요청에 따라 81년 1월 6일부터는 MBC 라디오를 통해서도 방송되기 시작했다.
MBC 노조는 최근 이 프로그램이 방송사의 독자적인 편성권을 무시한 채 5공화국 정권의 강압에 의해 방송되기 시작했음을 지적하고 공정방송협의회를 통해 회사측에 대해 이를 폐지하거나 자체 제작토록 할 것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자체제작을 추진하거나 방송의 내용을 대폭 개선할 것을 관계당국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MBC 라디오와 KBS1 라디오가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같은 시간대에 군인 및 군속이라는 특정 청취 층을 대상으로 한 똑같은 내용을 방송하는 것은 전파관리의 측면에서도 비효율적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이 프로그램이 일반 청취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난 8월의「MBC 라디오 간이청취율조사」결과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MBC 라디오와 KBS1 라디오의 저녁 6시대 청취율은 각각 2.4%와 1.6%에 그쳐 『즐거운 퇴근길』을 방송하는 KBS2 라디오(3.8%), 『저녁의 가로수를 누비며』를 내보내는 라디오서울(7.6%)보다 훨씬 낮았다.
그러나 일반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저녁 7시대에는 MBC 라디오와 KBS1 라디오의 청취율은 각각 8%와 3.8%로 올라갔고 KBS2 라디오와 라디오서울은 각각 2.5%와 4.2%로 낮아졌다.
군 방송의 청취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내용의 경직성과 건조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MBC의 경우 광고신탁을 전혀 받지 못하는 특수방송을 광고시간의 A타임인 저녁6시대에 내보냄으로써 지난 7년 간 75억 원 이상의 수입이 줄었다는 것.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동안 군 방송물에 대해서는 다른 외부 프러덕션물과는 달리 그 내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목표나 방향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방송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아무튼 『우리의 국군』이 폐지된다면 현재 라디오청취율의 사각지대인 저녁 6시대에 교통정보·저녁뉴스·증권소식 등 국민요구에 부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저녁 6시대의 방송이 활성화됨으로써 단절감을 극복하고 24시간 종일방송체제에 걸맞은 유기적인 편성·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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