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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자원부국 카자흐스탄, 실크로드의 금융 허브를 꿈꾸다

중앙일보

입력

천도 20년 아스타나서 찾은 카자흐스탄의 미래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신도심 중심에 있는 바이테렉 타워. 20년 전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긴 것을 기념해 세웠다. 높이는 105m. 주변에 고층 빌딩이 모여 있다. 최은경 기자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 신도심 중심에 있는 바이테렉 타워. 20년 전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긴 것을 기념해 세웠다. 높이는 105m. 주변에 고층 빌딩이 모여 있다. 최은경 기자

지난 3일 오후 6시(현지 시각)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공항 밖으로 나오자 청명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초여름처럼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한낮에는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백야현상으로 오후 9시가 넘어서야 땅거미가 진다고 했다. 공항에서 도심까지 차로 20분 정도 달리는 동안 고층 빌딩과 아파트, 웅장한 정부기관, 국립극장 등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 잘 정돈된 가로수와 공원이 눈에 띄었다. 도로는 깨끗했고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여유 있었다.

아스타나는 20년 전부터 개발된 계획도시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1997년 카자흐스탄 남동부에 있는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겼다. 지리상 중심인 데다 도시 개방을 위한 개발이 용이한 도시여서다. 현재는 중앙은행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 기관이 아스타나에 있다. 초원이던 이곳에 10여 년 전부터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우후죽순처럼 지어졌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 주춤했다가 4~5년 전부터 다시 건축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아스타나 시내 여기저기서 빌딩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아스타나 도심 곳곳에서 아파트나 사무실을 짓는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최은경 기자

아스타나 도심 곳곳에서 아파트나 사무실을 짓는 공사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최은경 기자

곳곳에서 아파트, 고층 빌딩, 극장 공사

신도심의 중심이자 아스타나의 대표 관광지인 바이테렉 타워 주변에는 사무실이 몰려 있다. 가까운 곳에서 아스타나의 최고층 빌딩이 될 70층짜리 아부다비프라자 건설이 한창이었다.

5일 바이테렉 타워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0분 정도 가자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큰 복합 쇼핑몰 메가 실크로드와 지난해 ‘아스타나 엑스포’가 열린 140만㎡ 규모의 엑스포 전시관이 보였다. 이날 바로 옆 콩그레스 센터는 아침 일찍부터 세계의 유력 인사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공식 출범식에 참여하기 위해 아스타나를 찾았다.

지난 5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콩그레스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출범식이 열렸다. 최은경 기자

지난 5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콩그레스 센터에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 출범식이 열렸다. 최은경 기자

국제금융센터로 중앙아시아 허브 도약 

수도 천도 20주년을 맞은 아스타나는 이번 출범식을 거쳐 실크로드의 금융 허브로 거듭날 전망이다. 이날 행사에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얀 아부다비 왕자, 루스탐 민니하노프 타타르스탄 대통령, 수마 차크라바티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 등이 참석했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출범을 선언하면서 “대초원이던 아스타나가 지난 20년 동안 카자흐스탄의 사회·경제 중심지로 발돋움했다”며 “AIFC 출범은 아스타나가 디지털 도시로 도약하고 세계 투자자를 유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AIFC는 두바이·싱가포르 등지의 금융센터를 연구해 장점을 두루 갖췄다”고 자랑했다. AIFC는 카자흐스탄 금융시장을 국제 자본시장과 연결하고 외국 투자자들을 지원한다. 블록체인 같은 새로운 금융 기술도 연구한다. 이날 공식 출범식을 했지만, 금융센터는 이미 지난해 문을 열었다. 현재 신도심 에메랄드고타 빌딩에 있는 사무실을 신재생에너지와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아스타나 엑스포 전시관에 옮길 계획이다.

출범식이 열린 콩그레스 센터 옆에는 엑스포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미래 에너지를 주제로 아스타나 엑스포가 열렸다. 전면 통유리로 된 구 모양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AIFC는 이곳에 만들어진다. 최은경 기자

출범식이 열린 콩그레스 센터 옆에는 엑스포 전시관이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미래 에너지를 주제로 아스타나 엑스포가 열렸다. 전면 통유리로 된 구 모양 건축물이 인상적이다. AIFC는 이곳에 만들어진다. 최은경 기자

인구 절반이 30대 이하인 젊은 도시 

카자흐스탄은 카자흐스탄어와 러시아어를 쓰지만 AIFC의 공식 언어는 영어다. 외국 투자자를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영국법을 기반으로 운영한다. 싱가포르·상하이·토론토·도쿄 등 10개 주요 도시의 회사 50여 곳이 AIFC에 참여했다. 카이라트 켈림베토프 AIFC CEO는 “AIFC에 참여하는 기업은 세금 감면 등 여러 혜택을 받고 파트너인 상하이 증권거래소, 나스닥, 실크로드 증권거래 펀드와도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10월쯤 아스타나 증권거래소를 개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스타나는 98년 천도 당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지난 20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을 포함한 경제 규모가 190배 증가했다. 인구수는 30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늘었다. 로만 바실렌코 카자흐스탄 외무부 차관은 4일 세계 각국의 30여 명 기자단 앞에서 “아스타나 인구의 절반이 30대 이하라 생산성이 높고 2년 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한 스마트시티를 도입했다”고 발전 요인을 밝혔다.

바이테렉 타워 주변의 고층 빌딩들. 아스타나는 천도 20년 만에 경제 규모가 190배 커지고 인구 수가 30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늘었다. 최은경 기자

바이테렉 타워 주변의 고층 빌딩들. 아스타나는 천도 20년 만에 경제 규모가 190배 커지고 인구 수가 30만 명에서 110만 명으로 늘었다. 최은경 기자

풍부한 광물자원에 금융·관광까지 

바실렌코 차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과 관계에 대해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주요 경제 파트너로 매우 우호적”이라며 “카자흐스탄에 사는 10만 명 이상의 고려인 덕분에 한국 문화가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 달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북한이 카자흐스탄처럼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에 핵을 넘겨 폐기했다.

로만 바실렌코 카자흐스탄 외무부 차관은 국제 기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카자흐스탄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긴 뒤 큰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로만 바실렌코 카자흐스탄 외무부 차관은 국제 기자단과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할 당시 카자흐스탄의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지만 아스타나로 수도를 옮긴 뒤 큰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최은경 기자

광물자원 수출이 GDP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자흐스탄은 최근 금융뿐 아니라 관광산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현재 관광산업 규모는 GDP의 1%에 불과하지만 2025년 8%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아스타나 옆 부라바이는 자연이 아름답고 스키를 타기 좋아 ‘카자흐스탄의 스위스’라고 불린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1인당 GDP는 8585달러, GDP 성장률은 4%였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카자흐스탄은

주요 도시: 아스타나(수도)·알마티
언어: 카자흐어·러시아어
면적: 272만4900㎢, 세계 9위(한국의 27배)
인구: 1840만4000명, 세계 63위
국내총생산: 1792억 달러, 세계 53위
종교: 이슬람교 70% 등
화폐: 텡게(344텡게=1달러)

자료: 외교부·KO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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