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팀 '비밀창고' 압수수색 직전까지 경공모 회원 현장에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16일 허익범 특검팀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 5분 비밀창고에서 빠져나온 경공모 회원 2명의 모습. 정진호 기자

지난 16일 허익범 특검팀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 5분 비밀창고에서 빠져나온 경공모 회원 2명의 모습. 정진호 기자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하기 직전까지 경공모 회원 2명이 창고 안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6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컨테이너형 창고를 특검팀이 들이닥쳤을 때의 상황이다.

CCTV에 담긴 ‘의문의 남성’ 2명 #특검 압수수색 직전까지 비밀창고 관리 #증거 인멸했을 가능성 제기돼 #

특검팀 관계자는 18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창고 안에 낯선 2명의 남성이 있었는데 이들은 모두 경공모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사팀 관계자는 “이들은 처음에 깜짝 놀라는 것처럼 보였는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설명하니 수긍하더라”고 했다.

중앙일보가 비밀창고 주변의 폐쇄회로TV(CCTV)를 시간대별로 확인한 결과 이들 2명의 경공모 회원은 압수수색 당일 오전 9시 40분쯤 창고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들은 특검팀 압수수색 직전까지 창고를 드나들며 계속해서 물건을 정리했다. 경공모 차원에서 이 비밀창고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경공모 '비밀창고'의 내부 모습. 약 50평 규모의 이 창고에는 경공모가 사용하던 PC와 휴대전화, USB 등 중요자료가 보관돼 있었다. [허익범 특검팀 제공]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경공모 '비밀창고'의 내부 모습. 약 50평 규모의 이 창고에는 경공모가 사용하던 PC와 휴대전화, USB 등 중요자료가 보관돼 있었다. [허익범 특검팀 제공]

2명의 경공모 회원은 특검팀이 비밀창고에 도착해 압수수색을 한 이후에도 한동안 비밀창고에 머물렀다. CCTV에는 특검팀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 05분쯤 이들이 창고를 빠져나와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특검팀은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해 총 49점의 압수물을 수거했다. 압수물에는 경공모의 자금흐름이 담긴 각종 장부와 킹크랩 관련 자료는 물론, 댓글조작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휴대전화ㆍPCㆍ유심카드 등이 포함됐다. 특검 관계자는 “비밀창고에 대한 정밀 압수수색을 통해 매크로를 활용한 댓글 여론조작 증거물, 경공모 자금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서류와 장부 등을 확보했다. 수사상 상당히 의미있는 자료라고 보고 있고 현재 전력을 다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공모 회원들이 비밀창고 내 증거를 조직적으로 인멸했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특검 수사에 대비해 증거 중 일부를 비밀창고에서 외부로 빼돌렸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 당시 창고 안에 경공모가 있었다는 것은 중요 증거물이 증거인멸 될 위험성에 고스란히 노출된 정황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논란도 증폭되고 있다. 특검팀과 마찬가지로 경공모 비밀창고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실제 CCTV에는 경찰이 지난달 15일 경공모가 느릅나무출판사에서 비밀창고로 짐을 옮기는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PC와 서류 등 각종 중요자료를 옮기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진만 찍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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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이에 대해 “(비밀창고를 찾아간 것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이었을 뿐 수사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정진우·정진호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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