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만화에 중심 멍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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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성인만화에 에로와 폭력이 난무한다. 청소년 만화에는 스포츠와 오락이 가득하다. 만화대본소마다 담배를 꼬 나문 중-고생이 눈에 띈다. 대형서점에는 어린이만화가 성인용과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만화 계에 질서가 요청된다. 만화는 다른 미디어에 비해 즉물적 전달효과가 뛰어나다. 따라서 자칫 극단적 상업주의에 빠질 함정을 구조적으로 지니고 있다.
한국도서 잡지 주간신문윤리위원회(위원장 정원식)는 11일 오후 서울프레스센터 강당에서 최근의·만화 붐에 따른 만화의 문제점과 그 타개책을 알아보기 위해 관계전문가들과 함께 세미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주제발표를 한 이원복 교수(덕성여대·만화작가)는 우리 만화 계의 문제점을 풀기 위해서는 ▲아동만화 위상의 재정비 ▲성인만화의 성과 폭력에 대한 대응책 ▲대본 소에 범람하는 일본만화 해적판 일소 ▲만화중재 위 신설 등 현 심의제도의 개선 등을 제기했다.
그 자신 만화작가이기도 한 이 교수의 주장을 요약한다.

<아동만화>
어린이 만화감지에 정작 어린이가 볼만한 만화가 얼마 안 된다.
제작진들은 청소년까지 독자로 묶어 돈을 벌려 하고 또 작가들도 잡지원고를 묶어 단행본을 출간하면 이중의 원고료수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 만화잡지의 원고수준을 청소년이 중심이 된 대본 소 수준에 맞추는 예가 적지 않다.
따라서 내용도 상업성에 철저한 오락물이 대부분이다. 시민정신과 사회도덕관을 심어 주기 보다는 스포츠와 오락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만화잡지의 독자층을 국민학교 저학년·고학년·중학생 등으로 축소, 거기에 맞는 정서를 제공해야 한다. 동시에 만화제작자의 윤리적 의무에 따른 교육적 차원의 책임의식이 뒷받침돼야 한다.

<성인만화>
업계가 자율적으로 폭력과 외설의 한계를 분명히 규정 짓는 게 필요하다. 이는 사회의 지탄을 사전에 방어하며,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보호하는 첩경인 동시에 편집권에 대한 다른 세력의 개임을 사전에 봉쇄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특히 일본만화의 모방이 문제다. 칼과 섹스가 어지럽게 교차하는 일본만화의 저질성을 국내 작가들이 따르는 조짐이 뚜렷이 보인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우리의 모럴에 일본 류의 과다한 노출이나 칼부림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문화양식을 파괴하는 반민족적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점점 위험수위를 육박하는 성인만화에 대해 사회적인 주의환기가 요청된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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