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소녀상 보러 갔다가 50만원 장학금 전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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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중앙포토]

이용수 할머니 [중앙포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0)가 17일 경북 군위군에 있는 소녀상을 돌아보고, 군청을 찾아가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이 할머니는 군위군수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소액이지만 지역 학생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군위군에 장학금을 내게 된 사연은 2015년 한 작은 '약속' 때문이다. 그해 10월 군위군에 대구·경북 최초의 소녀상 건립이 진행 중이었다. 군위읍 주민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기원하며, 읍내 숭덕박물관 앞에 소녀상을 세웠다.

이용수 할모니가 군위군청을 찾아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사진 군위군]

이용수 할모니가 군위군청을 찾아 장학금 50만원을 전달했다. [사진 군위군]

소녀상을 건립에 지역 중·고등학생들도 동참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할머니는 "학생들을 보니 옛날 내 모습이 생각난다. 언젠가 장학금을 내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결국 3년이 지나 이날 그 약속을 지킨 것이다. 김영만 군위군수는 "할머니의 뜻을 감사하게 받아 군위 인재양성을 위해 소중히 장학금을 쓰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올해 아흔이지만, 생존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한다. 2007년에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위안부 경험을 증언했고, 이를 바탕으로 미 하원은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로부터 11년이 흘렀지만, 이제 증언을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한 번이라도 더 외국에서 일제의 잔혹함을 알리려고 지난 3월 프랑스를 찾기도 했다.

지난해 8월 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1295차 정기수요시위’에서의 한 장면. [연합뉴스]

지난해 8월 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5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맞이 1295차 정기수요시위’에서의 한 장면. [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당시 프랑스 의회에서 조아킴손포제 프랑스 하원의원, 카트린 뒤마 상원의원 등을 만나 일본군 위안부로서 겪은 끔찍했던 기억을 증언했다. 그는 15세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해군함정을 거쳐 대만에 주둔하던 일제의 자살특공대(가미카제) 부대에서 겪었던 일제의 가혹한 폭력과 인권유린, 전쟁의 처참함을 마치 어제 겪은 일처럼 생생하게 들려줬다. 그러다가도 "이렇게 상세히 얘기하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다"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지난 5월 대구대 명예 철학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대구대는 일생을 바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하고, 올바른 역사 정립에 기여한 이 할머니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학위를 수여했다.

군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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