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없이 개장에만 급급|올림픽결산 기획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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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사회 각 부문이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던 지난주 양 TV는 서울올림픽결산 기획물을 내보내 올림픽 분위기를 연장시켰다.
올림픽결산 기획물은 그 방대한 양을 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양TV는 우선 성공적으로 치러진 올림픽을 통해 국민에게 자긍심과 선진의식을 심어주는 수준 높은 영상예술을 창조하는데 미흡했다.
대신에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평면적인 볼거리를 나열함으로써「상업적 관영방송」의 한계를 또 한번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서울올림픽은 동서가 이념을 떠나 화해를 추구하는 한마당이었다는 추상적인 메시지를 만들어 내기는 했으나 그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한국사회의 내부갈등과 민족통일의 구체적 전망은 끝내 제시되지 않았다.
올림픽을 크게 미화하기에만 급급했고 동일한 장면이 여러 프로그램에 중복 사용된 것도 흥미를 반감시킨 한 요인이 되고있다.
KBS lTV가 5일 오후 7시에 방영한 『세계가 함께 뛰었다-세계는 하나』는 서울올림픽이 동서간 이념을 초월한 화합과 전진의 한마당이었음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러나 가장 절실한 화해와 결합의 대상인 북한이 불참한데 대한 안타까움이 드러나지 않았고 국내 계층 간 화해의 메시지도 들어있지 않아 아쉬웠다.
내·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을 스케치하는데 있어서도 단조롭고 평면적인 편집으로 일관, 영상매체로서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으며 지루한 느낌마저 주었다.
지난 5일 밤 10시 20분 방영된 『세계가 서울로 16일 결산-서울의 영광 1백인의 얼굴』은 개·폐회식에 참여한 각 분야 사람들을 올림픽 1백일 전부터의 상황을 기점으로 보여주었다. 연습과정에서 출연자와 스태프간의 갈등과 고뇌·긴장을 적절히 접목시켰으나 현장 중심의 그림으로 재편집해 관계자의 각오·다짐 등 꼭 필요한 인서트가 미흡했다.
MBC-TV가 5일 밤 10시 50분에 내보낸 『하늘·땅·사람』은 한강을 어머니로, 메인스타디움을 평화의 모래공간·어머니의 아기집으로 표현하는 등 지나친 의미 부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잃었다.
6일 밤 10시 50분에 방영된 『해후』는 올림픽을 계기로 상봉한 해외동포와 국내 가족의 만남을 꾸밈없이 그려내 진한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이들의 비극을 지나치게 감성적·표피적으로 다룸으로써 은연중에 개별적·개인적인 체념의 대상으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양TV는 대회기간 중 국제신호 제작에 인원과 장비를 집중 투입해 상대적으로 결산 기획물이 소홀하게 다루어졌다고 말하고 있지만 7년이라는 길고 긴 준비기간에 비추어 이러한 변명은 궁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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