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여당은 사학법 재개정에 나서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사학의 이사진을 개방제로 하는 데는 이미 한나라당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4분의 1 이상을 임명하게 돼 있는 개방형 이사의 추천 주체를 '학교 운영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에서 '등'이라는 글자를 넣어 확대하자는 것이다. 추천 주체를 특정하면 학교운영위를 장악하고 있는 전교조에 학교를 맡기는 셈이라는 주장에서다. 그런데 이 정도도 물러서지 못하겠다는 것은 협상의 자세가 아니다. 심지어 일부 의원은 부동산 관련 법 등 사학법 개정과 연계돼 계류 중인 다른 법안들도 또다시 힘으로 처리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래서는 의회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있는 정당인지부터 물어야 한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던 1월, 여야 원내대표는 산상회담으로 사학법 재개정 원칙에 합의했다. 이제 와서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것은 속임수다. 오죽하면 여당 의원조차 "사학법에 '등'자를 집어넣는 것이 과연 법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냐" "이 때문에 민생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겠는가.

4월 임시국회는 내일 폐회된다. 그런데도 처리되지 못하고 상임위에 묶여 있는 법안이 무려 2243개나 된다. 사학법 재개정에만 합의하면 한나라당도 5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다른 법안 처리에 협조하겠다고 한다. 글자 한 자를 넣는 문제로 국정을 마비시킨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여당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의 근본으로 돌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