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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도 계파 갈등,“보수 정체성 확립하라” 반발한 유승민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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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2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신당 PI(정당이미지) 발표행사를 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 2월 9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합추진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열어 통합신당 PI(정당이미지) 발표행사를 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안철수ㆍ유승민 2선 후퇴로 잦아드나 싶었던 바른미래당 계파 갈등이 보수ㆍ진보 노선 갈등의 형태로 재점화하고 있다. 황영헌 전 바른미래당 대구 북을 지역위원장 등 바른정당 출신 원외 인사 56명은 12일 국회에서 “당의 보수 정체성을 확립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포용이라는 당의 정체성은 이인삼각 경기처럼 시너지를 못 내고 비척거릴 것이 분명하다”며 “어정쩡한 정체성을 버리고, 합리적 중도를 아우르는 혁신적인 보수정당임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영헌 전 바른미래당 대구북을 지역위원장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의 보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황영헌 전 바른미래당 대구북을 지역위원장이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바른미래당의 보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성명서에는 바른정당 출신 원외 지역위원장의 60% 이상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권은희, 김제식, 김희국, 류성걸, 민현주 전 의원 등 이른바 ‘유승민계’도 다수 동참했다. 역시 유승민 전 공동대표와 가깝고 바른정당 출신인 권성주 당 대변인도 포함됐다.

이들은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구태로 인해 지방선거에 참패했으며, 선거 이후에도 무사안일한 당 운영으로 지지율이 5% 수준으로 추락했다”며 ‘김동철-김관영 투톱 체제’를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의 사명은 폭주하는 좌파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건전하고, 혁신적인 보수정당의 재건”이라고 강조했다.

성명에 참여한 한 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의 정체성 논란을 어설프게 매듭짓고 넘어가려는 현재 당 지도부에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후에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경우 더 강력한 액션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부는 탈당까지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공식 일정을 최소화하며 당 상황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개혁 보수’의 가치를 소홀히 할 경우 유 전 대표를 포함한 바른정당 출신 인사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당에 남아있기 힘들 거란 관측이 지속해서 나온다.

발언 중인 바른미래당 이지현 비대위원 [연합뉴스]

발언 중인 바른미래당 이지현 비대위원 [연합뉴스]

8월 중순으로 예정된 전당대회의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파열음이 나고 있다. 당내 다수인 국민의당 출신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분리 선출을 주장하고, 바른정당 출신은 통합 당시의 당헌ㆍ당규대로 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대립하고 있다.

바른정당 출신인 이지현 비대위원은 지난 11일 비대위 회의에서 “양당의 통합정신에 기초하고 있는 현재의 당헌조차 무시한 채 모든 것을 오로지 머릿수로 결정하자는 듯이 나오는 분별없는 주장들이 넘쳐나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다수와 소수가 한배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다수가 규칙을 무시한 채 오로지 숫자로만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한다면 ‘다수결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자 ‘민주적 독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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