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 4번 실패 뒤 자연임신으로 건강한 딸 얻은 48세 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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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실 자료사진 [중앙포토]

신생아실 자료사진 [중앙포토]

48세 고령 산모가 자연임신 유도 요법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은 2016년 나프로 임신법(자연임신요법)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이래 나프로 요법을 통해 임신한 20번째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11일 밝혔다. 40대 후반 산모가 자연임신으로 아기를 출산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난임 시술이 대중화되면서 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나프로는 자연적인 임신(natural procreation)이란 의미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질에서 분비되는 분비물(점액)을 관찰하고, 여성 호르몬 변화를 감지해 최적의 가임 상태 때 자연임신을 유도한다. 자궁 내막이 얇거나 호르몬 분비가 적은 여성에겐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산모 김모(48)씨는 결혼 10년차로 2011년부터 4번의 시험관 시술을 받았다. 시술을 통해 임신했다가 유산하기도 했다. 자연임신을 포함해 유산만 5차례 겪은 김씨는 임신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커졌다. 임신 시도 자체를 고민하던 김씨는 지난해 5월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 임신센터를 찾았다. 나프로 임신요법 시도 1개월만에 임신했지만 출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김씨는 배란 후기에 분비되는 점액을 스스로 확인하는 ‘나프로 트래킹’과 함께 호르몬 보조요법과 면역요법 등의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유산 후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에 다시 아기를 가졌고, 지난 3일 제왕절개로 3.4kg의 건강한 딸을 출산했다.

김씨는 “매번 임신 할 때마다 유산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에 시달렸는데,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아 기쁘다”며 “병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나프로 전담간호사(나프로 프렉티셔너)의 안부전화가 많은 힘이 되었고, 임신 중 궁금한 점이나 문제점에 대해 상세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임신유지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126쌍에서 52명이 55건 임신(중복임신 3건 포함)에 성공했다. 임신 성공률은 30.9%로 체외수정 성공률과 비슷하거나 높은 수치다. 이영 여의도성모병원 나프로임신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시험관아기 등 난임 시술에 실패한 경우 산모들이 겪는 육체적ㆍ정신적 피해가 커지는데, 산모의 강력한 의지와 나프로임신법의 조화로 건강한 아이를 자연적으로 임신하고 분만했다는데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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