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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참을 수 없는 송영무 장관의 왜곡된 성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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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니스커트’ 발언으로 이미 한 차례 성희롱 구설에 오른 바 있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또 한 번 왜곡된 성(性) 인식을 드러냈다. 송 장관은 9일 각 군 성고충 전문 상담관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한 얘기라며 “여자 일생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많다. 이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성폭력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를 당한 여군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도 시대착오적이지만, 특히 이날 간담회가 잇따른 군 지휘부의 성폭력 사고 직후 군내 왜곡된 성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쓸데없는 발언이나 하려고 상담관을 불러 모은 것인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근 군에서는 해군 준장이 부하 여군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고 육군 준장이 성추행 의혹으로 직위해제되는 등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사고가 지속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이에 송 장관은 공개적으로는 긴급 공직기강 점검회의까지 열며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근절은 새로운 시대적 과제”라며 “군내 잘못된 성 인식을 완전히 바로잡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지만 정작 비공개를 전제로 한 이날 간담회에선 가해자 엄벌 의지는커녕 오히려 피해자 책임론을 부각시키며 여성 차별적인 언사만 늘어놓았다.

이날 발언이 언론에 공개되자 국방부는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송 장관이 상담관에게 “얘(피해 상담자)가 그런 면(성폭력 피해)이 있다고 하면 조용히 불러서 사전 예방 교육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걸 보면 단순 말실수라기보다 뿌리 깊은 여성차별적 편견을 드러냈다고 보는 게 맞다. 장관부터 이런 잘못된 성 인식을 갖고 있으니 군에 기강이 바로 설 리 없다. 송 장관은 당장 공개 사과하고 성폭력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