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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인도공장 생산 800만대···"미·중 소나기 피할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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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998년 9월 인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초까지 인도에서 총 8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회사 해외 공장 생산량으론 중국에 이어 둘째다. 이렇게 생산한 차량 중 530만 대는 인도 현지에서, 나머지 270만 대는 아프리카·중동 등지로 팔았다. 인도 자체로 큰 수출 시장이면서 주변 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하는 것이다. 박민형 현대차 부장은 “인도는 자동차가 도로 위에서 누워 자는 소를 피해 다녀야 할 정도로 열악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2021년까지 1000만 대로 정한 누적 생산량 목표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비즈니스 포럼 350명 참석 #인도 장관 “한국 경제특구 희망”

인도가 국내 기업이 미·중 무역 전쟁 ‘소나기’를 피할 대안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7.7%에 달한 경제성장률과 중산층 3억 명을 포함한 13억 명 규모 시장,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데다 정보기술(IT)에 친화적인 노동력 등이 국내 기업에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인도상의연합회가 9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한·인도 비즈니스 포럼’을 공동 주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등 한국과 인도 주요 인사 350여 명이 참석했다.

박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양국 간 자유로운 교역과 투자로 현지 파트너와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사례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세시 샤 인도상의연합회 회장도 인사말에서 “한국의 발전 사례처럼 인도도 ‘메이드 인 인디아’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자동차·전자 등 제조업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전문가들도 인도가 최근 모디 정부의 규제 개혁으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세제 개편으로 주(州)마다 다르게 징수됐던 상품·서비스 관련 세율이 하나로 통일됐고, 주 경계를 지날 때 내야 했던 통행세도 폐지됐다. 최대 49%로 제한됐던 외국인 소매유통업 지분 투자 제한 규제도 철폐됐다. 이소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지역협력팀장은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나 일본 의류업체 유니클로 등도 조만간 인도 현지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분석기관 비즈니스 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인도의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15년부터 10년간 연평균 6% 성장해 2025년에는 162억 달러(18조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레시 프라부 인도 상공부 장관은 포럼에 참석해 “인도는 연안 해안선이 길어 한국의 해운 산업에 투자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 기업이 전용 공단 부지로 활용할 수 있는 특별경제구역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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