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과 국민 감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금 한미간의 국민감정은 좋지 않은 상태다.
전통적 우방이라는 두나라의 감정마찰이 평화와 화합을 내건 올림픽 기간중에 고조됐다는 점에서 주최국국민으로서 더욱 유감스런 일이다.
국민 감정이란 정부간의 관계와 달라서 쉽게 악화되지도 않지만 일단 나빠지면 좀처럼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수 없다.
오늘의 한미갈등은 전적으로 미국측에 의해 야기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책임의 전가가 아니라 누구나 수궁할 수 있는 명백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첫째는, 미국인들의 무례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칼· 루이스」등 이름 있는 선수들이 챔피언이 가져야 할 윤리기준도 없이 공항서부터 오만파 불손을 저질렀다.
올림픽 입장식때 미국선수단이 보인 무질서와 비의식성은 우리 관념상 소화되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것은 우리가 7년 국력을 기울이며 공들여 마련한 자리에 대한 모욕이었다.
둘째는, NBC방송의 비합리적이고 편파적인 보도태도다.
NBC는 권투장 소란을 보도하면서 소란의 원인을 제공한 주심의 불공정행위나 세게 권투연맹의 잘못엔 언급치 않고 나타난 현상만을 길게 보도하면서 우리 국민을 모욕하는 해설과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뉴욕 타임스등 권위있는 미국신문들에 의해 비판받고 있다.
권투장 소란은 국제권투기구를 통한 부당한 행위에서 기인됐다. 그 시초는 우리 오광수 선수가 선전, 승기를 잡았음에도 상대방 미국선수가 승리 한 것으로 판정한 데 있다.
그런 잘못이 반복되어 우리가 피해를 당하는 것을 선수의 선배들이 참아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날의 권투장 소란이후 심판들의 태도가 현저히 개선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셋째는 미국 메달리스트의 절도행위와 그에 따른 미국대사관의 보도방해 행위다.
우리의 윤리기준으로 보면 챔피언이 도둑질을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청소년들의 우리 임신부 폭행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국민에겐 불쾌한 일이다.
도둑질을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장난이라고 하거나 외교공관이 주재국 보도진의 취재를 방해한다는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이유들로 한미 감정 마찰이 생기기까지는 더 깊은 배경도 있다.
최근 미국의 올림픽 성격이 부진한데다 소련이 한국민의 주의를 끌고 박수를 받는데서 오는 미국의 감정도 이해할수는 있다.
그러나 소련은 처음 오는 손님이고 그만한 노력도 있었다. 먼저 문화예술활동을 했고 거기에 한인계를 대폭 기용하여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소련선수들이 선전하여 메달을 따면 아낌없이 박수를 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관전 매너다.
이제 미국은 보다 겸양있고 타국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한다.
지금 두나라 국민감정은 80년전 조선에 외교고문으로 왔다가 귀국하여 일본의 조선지배 적치를 찬양하는 글을 쓴 「스티븐스」가 우리 전명운·장인환 두 청년에 의해 암살된 이래 최악의 상태에 있다.
이런 갈등의 해소는 두 나라의 공동노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원인제공자인 미국의 노력이 더 시급하고 더 중요하다.
미국은 「오래된 오만」을 청산하고 「새로운 콤플렉스」에서 스스로 해방돼야 한다.
이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타인이나 타국민에 대한 불손은 어디서나 환영받지 못한다. 자기 콤플렉스를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면 그것은 신사가 아니다.
지금 우리 재야운동권에 국한돼있던 반미감정이 일반국민으로 대중화될 단계에 있다. 그것은 미국이 시강개방압력등 강권정치에서 벗어나 호혜와 우호의 정신을 유지할 때 방지될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