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비대위에 백지 전권을” 원외서 탄력 받는 ‘김성태 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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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자유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5일 곧 출범할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백지 전권’ 수준의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혁신비대위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에게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한국당 원외당협위원장 간담회 #김 대행 비판론은 극소수에 그쳐 #친박 “복당파 좌장 김무성 탈당을”

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 100여명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성태 대행과의 간담회에 참석, 향후 당의 리더십과 비대위 권한·역할 등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대부분 참석자는 혁신비대위가 전권을 갖고 인적청산을 비롯한 당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수도권 지역 한 원외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하기 위해 ‘그 나물에 그 밥’으로 비대위를 구성할 것이 아니다. 모든 권한을 비대위에 주고 활동 시한도 못 박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당을 밑바닥까지 탈탈 털어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아예 2020년 총선 때까지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방적인 김성태 대행의 독주가 최근 당의 내분을 야기했다는 주장도 있긴 했지만, 극소수였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엔 132명의 원외 당협위원장 중 이인제·김대식·배현진 등 110여명이 참석해 이 중 30여명이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로 ‘김성태 체제’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혁신 비대위원장 의결을 위한 전국위원회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전국위는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협위원장과 광역·기초 단체장 등 1000명 안팎으로 구성되는데, 전국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집단인 원외 당협위원장이 김성태 지지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게임 끝난 거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김 대행은 회의 뒤 페이스북에 “혁신 비대위를 통해 당의 진정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원외 당협) 위원장님들의 일치된 의견이 제시되었다”며 “전국 각 지역의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위원장님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고 올렸다.

하지만 변수는 남아있다. 여전히 김성태 대행 등 복당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혁신 비대위에 반기를 든 친박계 의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복당파의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김무성 전 대표는 (박성중 메모에 대해) ‘오해’라고 구차한 변명을 하지 말고 탈당을 해 논란의 불씨를 제거하라”고 촉구했고, 이장우 의원 역시 “김무성 전 대표는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당을 떠나 다른 당을 창당하고 지지세력을 분열시킨 해당 행위를 했다”고 가세했다. 성일종 의원 등 초선 7명도 성명서를 내고  “구시대의 매듭을 짓고, 책임져야 할 분들의 아름다운 결단을 촉구한다”며 사실상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했다. 심재철 의원 등 14명은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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