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퇴자 "집 1채 전부인데 세금 어떻게 내란 말이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

"1가구 1주택인데 부동산 투기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세금을 올리는지 화가 납니다."

종부세 인상에 고가주택 소유자들 불만 #1주택 장기보유자·소득 없는 은퇴자 #"다주택자와 같은 잣대 불만" #강남 부동산 시장은 조용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전용면적 132㎡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이성진(57·가명)씨는 종합부동산세 개편 권고안에 대한 생각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권고안이 확정되면 이씨가 내야 하는 종부세(농어촌특별세 포함)는 올해 180만원 선에서 내년 210만원 정도로 늘기 때문이다. 2022년엔 280만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8년 전부터 이 아파트에서 살았고, 당시 대출을 끼고 매입했다"며 "집값이 올랐다고 하지만 손에 쥔 돈이 없는데 이렇게 세금을 늘려도 되느냐"고 말했다.

3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종부세 개편 권고안을 발표한 뒤 서울 강남권 고가주택 보유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당초 예상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지만 내년부터 '집 부자'의 세 부담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어서다.

특히 1주택 장기 보유자나 은퇴한 고령자 등의 반발이 크다. 강남구 도곡동 전용 122㎡ 아파트에 사는 직장인 조모(51)씨는 "10년 가까이 거주한 실수요자"라며 "소득은 안 오르고 물가가 뛰어 자녀 교육비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인데, 다주택자와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전용 131㎡ 아파트에 15년째 사는 강모(65)씨는 퇴직 후 연금과 자녀들이 주는 용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모두 합쳐도 월 150만원 남짓이다. 강씨는 "집 한 채가 노후 대책의 전부인데 세금 낼 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은 정부가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차등 과세하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송파구 등에 주택 3채를 보유한 이모(49)씨는 "현 정부가 줄곧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있어 다주택자 세 부담을 더 강화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집값 추이

집값 추이

재정개혁특위의 권고안 발표 이후 강남 일대 부동산 시장은 잠잠하다. 대치동 제이스공인 정보경 대표는 "종부세 대상자들이 앞으로 권고안이 어떻게 최종 종부세 개편으로 이어질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급매물이 쏟아지고 집값이 급락하진 않겠지만, 추가 금리 인상과 공시가격 현실화 같은 변수로 인해 거래 절벽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