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직원으로 변신한 'AI 스피커'…오프라인에서 밥값할까

전국 CU 편의점 100여곳에서 4일부터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가 계산대 위에서 일을 시작했다. AI 스피커 직원의 주요 역할은 손님 응대가 아닌 편의점 직원들의 매장 업무 보조다. '누구'는 직원들이 매장 운영과 관련해서 묻는 200여개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

"아리아, CU 배송 차량 위치 알려줄래?"(직원)
"현재 저온 배송 차량은 2개 점포 전에 있으며, 우리 점포 도착 예정 시간은 11시 30분입니다."('누구' 스피커)

4일부터 전국 편의점 CU 100여곳에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가 설치되어 직원들의 업무를 돕는다. [사진 SK텔레콤]

'누구'는 하루에도 수차례 편의점에 물건을 실어나르는 냉장·냉동·주류 등 물류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본사가 보내는 공지 사항과 조작 매뉴얼 등을 직원들에게 알려준다. 그간 매장 근무자들은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본사에 전화로 문의하거나 컴퓨터에서 검색해야 했다.

이상호 SK텔레콤 서비스플랫폼사업부장은 "누구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찾아낸 최적의 정보를 직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할 수 있다"며 "24시간 운영해 인수·인계가 쉽지 않은 편의점에서 인공지능 서비스가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은 '누구'를 단계적으로 늘려 전국 CU 매장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올 3분기 중에는 같은 방식으로 비스타 워커힐 서울 호텔 객실에 '누구'를 도입할 예정이다. 호텔 객실 내에서 고객의 움직임에 따라 조명·커튼·온도 등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다.

CU가 도입한 AI 스피커 누구는 오픈 플랫폼 서비스의 일환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닌 그래픽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코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다. 향후 CU가 자체적으로 '누구' 서비스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에서도 아마존과 구글이 비슷한 플랫폼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도입하는 경우는 늘어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전국 LG유플러스 매장 2000여곳에 고객에 응대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도입했다. 롯데백화점은 인공지능 기반 채팅봇 '로사'를 시범적으로 도입했다. 3일 오픈한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도 객실에 조명, 냉·난방 등을 제어할 수 있는 KT의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를 설치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