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 필리핀… 이틀 새 시장 2명 피살

중앙일보

입력

필리핀에서 이틀 새 두 명의 시장이 피살됐다.

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필리핀 북부 누에바 에시자주 제네랄 티니오시의 페르디난드 보테 시장이 차를 타고 청사를 나서는 순간 총격을 받고 숨졌다.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신원미상의 남성은 피스톨로 시장을 여러 차례 쏘고 도주했다. 보테 시장은 즉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앞서 2일에도 마닐라 남쪽 타나우안시의 안토니오 할릴리 시장이 직원들과 국기게양식을 하던 중 저격당해 사망했다.

당시 시 홍보 담당자들이 올린 영상에 따르면 할릴리 시장은 공무원 수십 명과 국기게양식 중 국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총성이 들렸고 할릴리 시장은 가슴을 움켜쥐며 비틀거리다 쓰러졌다. 경찰의 대응 사격으로 추정되는 총성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현장은 비명이 난무하는 아비규환이 됐다.

경찰에 따르면 총알은 시장의 웃옷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기에 맞은 뒤 심장에 박혔다. 필리핀 경찰은 심장을 정확하게 노린 것으로 미루어 범인은 고도로 훈련된 저격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할릴리 시장은 2016년부터 마약 피의자들에게 ‘치욕의 걷기’를 시켜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나는 마약 밀매자다, 나처럼 되지 말라”는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시킨 것이다. 시 당국은 이 때문에 시장이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한편 연이어 발생한 시장 살해 사건의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우리는 최근 발생한 폭력적인 범죄를 밝히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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