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포기에의 유혹은 이른 아침 귀를 때리는 자명종 소리와 함께 온다. 일주일에 하루뿐인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 쏟아지는 잠을 있는 힘을 다해 밀어내며 일어난다.
두 번째 포기에의 유혹은 산에 들고 1시간 동안이다. 운동이 대개 그렇듯이, 산행 역시 시작 1시간이 가장 고통스럽다. 이제 시작인데 언제 여길 다 올라가나! 벌써 이렇게 힘이 드는데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밀려드는 의심을 젖먹던 힘을 다해 쫓아내며 걸음을 떼놓는다. 세 번째 포기에의 유혹은 숨이 턱에 차고 다리가 뻣뻣해지는 능선 올라 안부의 막걸리 장수 앞에서 온다. 땅바닥에 주저앉아 막걸리 한 사발 꿀꺽, 하얗게 썰어놓은 양파 한쪽 된장에 쿡 찍어 씹으면 다 끝난 것 같다. 매봉이야 뭐 다음 주에 가지. 오늘만 날인가? 몰려오는 피로를 죽을 힘을 다해 몰아내며 다시 일어선다. 그래 오늘만 날이다. 나에게 내일은 없다!
매주 그러기를 넉 달, 계절 하나를 통과하자 고통이 반으로 줄었다. 비로소 숲이 보이고 바람이 느껴졌다. 기억이 날 리야 없지만 돌 갓 지나 떼어놓았을 첫 걸음마가 그리 힘들었을까? 산에 들어 다시 배워야 했던 걸음마의 기억은 청계산을 무대로 펼쳐진 한 편 드라마였을지 모르겠다.
올해 첫 바위가 늦었다. 언제 날씨 탓하고 바위 올랐으랴마는 비 피하고 바람 피하고 꾀를 부리다 나니 선인봉 가는 도봉산 들머리에는 어느새 진달래 꽃잎이 활짝 열려 있었다.
주미경 등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