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관세' 안팎으로 시달리는 자동차…주력 수출품 지위도 위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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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이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안에서는 파업, 밖에선 보호무역 장벽이 임박했다.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회복도 더뎌 ‘주력 수출품’이라는 타이틀도 위태로워졌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 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2018.7.2/뉴스1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조합원이 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1공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2018.7.2/뉴스1

국내 자동차 생산 물량의 4분의 3 이상을 담당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도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3일 열린 쟁위대책위원회를 통해 교섭재개 결정을 내리고 10일까지 집중 교섭을 벌인 이후 다시 파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앞서 2일 조합원 5만4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재적 인원 대비 65.62%가 찬성표를 던졌다. 교섭재개 결정으로 당장의 파업은 피했지만,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준비가 끝난 것이다. 게다가 현재까진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첨예해 최종 합의까지 갈 길이 멀다. 중앙노동위원회도 2일 노사간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임금인상 폭이나 성과급 규모 등과 관련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 생산 차질 현황. 자료: 현대차

노조 파업으로 인한 현대차 생산 차질 현황. 자료: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5.3%인 11만6276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조건 없는 정년 60세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1차 제시안을 통해 기본급 3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과 성과급 200%, 추가 100만원을 제시했다. 또한 현대차가 최근 투자를 결정한 ‘광주형 일자리를 통한 광주시 신규 공장 건설 사업’에 대해서도 노조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투자를 강행할 경우 2018년 임금 투쟁과 연계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노조는 또한 임금협상과 별개로 상급 노조인 금속노조의 총파업에 동참해 13일 6시간 파업을 하기로 했다. 올해도 파업에 돌입하면 현대차는 2012년 이후 7년 연속 파업으로 생산라인을 멈추게 된다.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파업으로 회사가 입은 손실 규모는 7조4900억원에 이른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사진 현대차]

 외부 여건도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인터뷰에서도 관세와 관련해 “가장 큰 것은 자동차”라고 언급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미국 판매 차량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현대차의 경우 25%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될 경우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기 전부터 부진했던 해외 시장 판매량도 회복하기가 녹록지 않다. 현대ㆍ기아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0.5%에서 지난해 5%까지, 미국 시장에선 같은 기간 8.7%에서 7.4%까지 떨어졌다. 사드로 인한 영향이 약해지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활약하며 올해 들어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우려가 더 크다.

한국 자동차 수출량 추이.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 자동차 수출량 추이.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요 시장 판매 부진으로 전체 수출량은 절정기를 맞이했던 2012년 317만634대에서 지난해 253만194대까지 감소했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올해 상반기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액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를 제쳤다. 자동차 수출액은 올 상반기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6% 줄었지만, 석유제품은 33.7%가 증가했다. 수출 금액 기준으로 자동차는 반도체와 일반기계, 석유화학과 석유제품에 이은 5위에 그쳤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자동차만 놓고 보면 7.3%까지 떨어졌고, 자동차 부품까지 합쳐도 11.5%다. 자동차는 불과 2년전인 2016년만해도 품목별 수출 금액 순위에서 2위를 차지했고, 비중은 13.9%에 달했다.

대미 수출

대미 수출

한장현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정부도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때고, 노동계도 이젠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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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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