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데자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결승 3국> ●탕웨이싱 9단 ○구쯔하오 9단  

11보(146~160)=행운의 여신이 구쯔하오의 편을 들어준 걸까. 패착으로 기록될 수도 있었던 146을 둔 선수나, 146을 본 선수나 까막눈처럼 아무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탕웨이싱은 146을 보고 숨도 쉬지 않고 147로 이어버렸다. 설마 여기에 다른 수가 숨어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의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기보

기보

하지만 바로 이 순간이 바둑을 발칵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만약 탕웨이싱 9단이 147로 잇지 않고 ‘참고도1’처럼 흑1로 바로 찝었다면, 백은 대책 없이 지옥행 열차를 타게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면, 백은 애초에 ‘참고도2’ 백1로 꽉 이어뒀어야 했다(흑8, 흑14, 흑20…흑4 / 백11, 백17…백5). 이후 수순으로 타협이 되더라도 백이 집으로 남는 장사라 승리를 가져가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참고도1

참고도1

참고도2

참고도2

실전에서는 152까지 가까스로 '패'가 났다. 하지만, 탕웨이싱 9단이 도저히 이길 수 있는 패싸움이 아니다. 패싸움을 이기기에는 백의 팻감이 너무 많다. 절망으로 얼룩진 바둑판을 바라보는 탕웨이싱 9단의 마음은 이래저래 괴롭기만 하다. 최종국 2국에서처럼, 또다시 마지막에 실수를 저질러 유리한 바둑을 망쳐버렸다. 품 안에 들어온 것만 같았던 삼성화재배 우승컵이 점점 아득한 곳으로 멀어지고 있다. (155…151, 158…152)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