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우디 원전 2기 예비사업자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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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자력발전소 건설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주사업자인 한국전력은 1일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으로부터 예비사업자로 선정됐음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1.4GW급 원전 2기를 지을 사업자를 고르고 있다. 2040년까지 17.6GW 규모의 원전을 짓는 장기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5월 4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5월 4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우디 정부는 당초 5월 2~3곳 정도의 예비사업자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지난 5월 4일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별다른 이유 없이 예비사업자 선정이 두 달 가까이 지연됐다.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나오던 시점에 낭보가 전해진 셈이다.

2030년까지 1.4GW 원전 2기 건설 #UAE 이어 원전 선진국 도약 교두보 #입찰 5개국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 #“경쟁국 간 합종연횡 치열할 듯”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최종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사우디는 이번 입찰에 참여한 5개국(한국·미국·프랑스·중국·러시아) 모두를 예비사업자로 선정했다. 2~3개국 정도로 줄인 뒤 최종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던 예상과 다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사우디 측의 명확한 설명이 없지만,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경쟁국 간 여러 차원의 합종연횡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입장에서 사우디 원전은 의미가 크다. 지난 3월 한국이 해외에 지은 첫 원전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준공됐다. 또한 지난해 말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젠의 지분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도 선정됐다. 사우디 원전까지 따낸다면 원전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해외에 지은 첫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의 해외에 지은 첫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청와대사진기자단]

업계 입장에선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신규 원전 6기 건설을 백지화하면서 원전 업계에선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는 원전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사우디 원전을 제외하면 한국이 당장 수주할 수 있는 해외 원전은 없다.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등 후보 지역은 있지만,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체코도 내년이나 돼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사우디 원전이 삐끗하면 원전 수출 지원이라는 정부의 구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는 일단 2일 백운규 장관 주재로 민관 합동 ‘원전수출전략협의회’를 열기로 했다. 한전·한수원·두산중공업 등이 참여한다. 이 자리에서 사우디 원전 최종 수주를 위한 지원 방안을 점검하고, 사우디 원전지원센터 설치 등 향후 대응 계획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과거 UAE 원전 수주 경험과 노하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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