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만들려 세계 명품 다 뜯어봐 ‘침대 공장장’ 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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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몬스 안정호 대표가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팩토리움 에서 침대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명품 침대’를 지향하는 안 대표는 공장장 못지 않게 생산라인을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진 한국시몬스]

한국시몬스 안정호 대표가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팩토리움 에서 침대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명품 침대’를 지향하는 안 대표는 공장장 못지 않게 생산라인을 살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사진 한국시몬스]

시몬스팩토리움(Factorium)은 침대 생산 시스템과 연구시설, 그리고 침대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이 한데 모인 전 세계에 하나뿐인 공간이다. 안정호(47) 한국시몬스 대표가 구상에서부터 건물의 벽돌 하나 고르는 것까지 일일이 관여한 프로젝트다. 침대 생산·연구시설 중 전 세계 최대 규모다. 기획부터 완공까지 10여 년이 걸렸고 1500억원이 투입됐다. 경기도 이천의 시몬스 팩토리움을 찾아가 안 대표를 만났다.

안정호 한국시몬스 대표 #1500억 들여 이천 ‘팩토리움’ 건설 #한국인 모형으로 최적 잠자리 연구 #매주 3~4일 직접 생산라인 돌아봐 #국내 특급호텔 70%가 시몬스 고객 #라돈사태 때 공장 초청해 안심시켜

팩토리움이란 새로운 공간 개념이 생소하다.
“생산 시설을 뜻하는 ‘팩토리’와 보여준다는 의미의 ‘리움’을 합한 것이다. 고객에게 시몬스의 민낯은 물론 심장이 뛰는 모습까지 보여줌으로써 진솔하게 고객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앞으로 침대 박물관 등 문화 시설까지 완성되면 고객이 팩토리움 투어를 더욱 알차게 즐길 수 있다.”
시몬스팩토리움의 특징은.
“우선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갖춘 수면 연구개발(R&D)센터다. 전 세계의 유명한 침대란 침대는 모두 뜯어서 분석한다. 시몬스팩토리움에 250개 항목에 걸쳐  침대 품질을 테스트 할 수 있는 설비들이 있다. 세계 최초의 매트리스 연구 전용 더미(인체 실험 모형)를 활용해 침실 환경에 따른 인체 변화를 측정한다. 33개의 센서가 장착돼 신체 각 부위의 미세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더미의 가격만도 개당 3억5000만원이다. 클린 생산 시스템도 특징 중 하나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데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장치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공장에서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

시몬스팩토리움은

● 이천시 7만4505㎡(2만2538평) 부지에 조성
● R&D센터, 생산 시스템, 물류동, 문화시설로 구성
● 41개 테스트 장비 통해 250여가지의 실험 진행
● 총 투자비 1500억원, R&D센터엔 200억원 투자
● 원자재 품질검사 152가지 등 총 1900여 가지 품질관리
● 물류동은 매트리스 1만5000조까지 적재 가능

팩토리움을 만드는 데 1500억원을 투자한 이유는.
“한국시몬스의 목표는 한국인 체형에 딱 맞는 최고 품질의 침대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인의 체형은 서양인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에 딱 맞는 침대가 필요하다. 항상 최상급 소재를 고집하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신경 쓴다. 미국시몬스가 원가 때문에 포기한 이탈리아산 부직포도 한국시몬스는 그대로 사용한다. 하루에 침대를 1000대가량 만들 수 있지만 600~700대로 조절하는 것도 품질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윤 창출이 기업의 목표 아닌가.
“물론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가를 아끼지 않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재를 찾는 것과 지금 당장 이익이 좀 줄더라도 R&D시설에 과감히 투자하는 것도 품질을 위해서다.”
‘침대공장 공장장’이란 별명은 왜 붙었나.
“1998년 한국시몬스에 입사해 일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침대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호텔에서 사용하다가 교체 주기가 돼 공장에 들어온 침대를 분해하기도 했고, 일주일 내내 공장의 생산 라인을 돌아다닌 적도 많다. 어떻게 하면 좋은 침대를 만들까 궁리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시간이 아까워 골프도 치지 않는다.”
공장장 별명은 지금도 유효한가.
“일주일에 3~4일은 생산라인을 살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식사도 팩토리움 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한다. 침대 제조가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10년 이상 경력의 직원들이 한국시몬스의 소중한 자산이다. 한국시몬스가 추구하는 게 장인정신이 담긴 세계 최고의 침대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생산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라돈 침대 파문이 쉽게 안 가라앉는다.
“안타깝고, 침대업계 종사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타사의 침대를 뜯어보면 작업자의 시커먼 손자국 등이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시몬스에서는 원부자재들을 납품받을 때 성적서를 확인하고 내부 R&D파트에서 또 검사한다. 화학 분석실에서는 매트리스 원단, 내장재, 목재 등에 본래부터 함유된 극소량의 포름알데히드까지도 세밀하게 측정한다.”
시몬스 침대는 라돈과 관계없나.
“라돈 침대 파문이 일어나자마자 한국시몬스 침대를 사용하는 호텔신라 등의 특급 호텔 관계자들이 팩토리움을 찾아왔다. 팩토리움에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시몬스만 가진 고가의 라돈 측정 장비 등 다양한 라돈 측정 장비가 있는데 측정 결과 전혀 문제가 없었다. 공신력을 위해 정부기관인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라돈 수치 측정을 의뢰한 결과 역시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한국시몬스는 1900여가지의 깐깐한 품질 테스트를 거쳐 고객의 침실에 들어간다.” 
특급 호텔에서 시몬스 침대를 사용하나.
“포시즌스 호텔 서울·호텔신라·롯데호텔·시그니엘서울 등 특급 호텔이라 불리는 5성급 이상의 호텔에서 한국시몬스의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몰디브 W호텔과 싱가포르 W호텔에도 한국 매트리스를 수출했다.”
경쟁 회사를 어디로 보나.
“경쟁 회사는 따로 없다. 사훈이 ‘기본에 충실하자’다. 무리하게 외형을 확대하거나 과도하게 이익을 낼 생각이 없다. 20년간 침대를 만들다 보니 이제 조금 침대에 대해 알 것 같다. 명품 침대를 만드는 길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한국시몬스

시몬스는 1870년 미국에서 시작된 침대 브랜드다. 한국시몬스는 에이스침대 창업자인 안유수 회장이 시몬스의 포켓스프링 기술을 이전받는 조건으로 1992년 한국에 설립한 독자법인이다. 현재 기술이전은 끝났고, 한국시몬스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영업을 하고 있다. 안 회장의 차남인 안정호 대표가 2001년부터 이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33억원으로 안 회장의 장남 안성호 대표가 이끄는 에이스침대(2057억원)에 이어 국내 2위다.

이천=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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