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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사건’ 피의자 영장 기각, 검·경 줄다리기 다시 팽팽

중앙일보

입력

고래고기 수사 9개월, 다시 불거진 검·경 대립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 27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압수한 밍크고래 고기 27t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왼쪽부터) 울산지방경찰청, 울산지방검찰청 전경. [연합뉴스]

울산지방검찰청이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고래고기 사건’ 주요 피의자의 사전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검·경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 “법적 근거 없다” vs 경찰 “납득 어렵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27일 검사 출신 변호사 A씨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래고기 유통업자들에게 거짓 진술을 하게 하고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와 관련 없는 고래유통증명서를 검찰에 제출해 수사기관을 속인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다.

울산지검은 A씨 혐의에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하루 만에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측은 피의자가 수사기관에 거짓말한 것을 처벌할 현행법이 없으며 고래유통증명서는 고래고기를 돌려준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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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를 조작해 수사를 방해했을 때 죄를 인정한 판례가 있는데도 영장을 기각한 것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4월 경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21t(시가 30억원 규모)을 검찰이 피의자(불법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과정에 위법성이 있었는지 경찰이 조사하는 사건이다. 당시 검찰은 압수한 고래고기의 불법 포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DNA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피의자들에게 고래 고기를 돌려줬다. 검찰 측은 “고래연구소가 고래 DNA를 70%만 보유하고 있어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체포했다. 이들은 북구 호계동 한 가정집 냉동창고에 27t 분량의 고래고기 상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2016년 4월 울산 중부경찰서는 밍크고래를 불법 포획하고 시중에 유통한 일당을 체포했다. 이들은 북구 호계동 한 가정집 냉동창고에 27t 분량의 고래고기 상자를 보관하고 있었다. [연합뉴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사 대상인 당시 사건 담당 검사 B씨가 경찰의 서면 질의에 답하지 않은 채 장기 해외연수를 떠나 검찰의 ‘제 식구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28일 경찰은 “고래고기를 돌려주기로 결정한 검찰이 나름대로 충실히 수사했음에도 허위 증거임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면, 검사가 의도적으로 직무를 방임해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허위임을 알고도 피의자 A 변호사와 공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어느 쪽인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을 때 검찰은 “경찰에 적극적으로 사건 기록을 제공했고 경찰이 신청한 20건의 영장 중 15건을 청구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B 검사가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으며 검찰이 계좌·통신 등 핵심 영장을 기각하거나 제한했다”고 재반박했다.

지난 1월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회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울산지방검찰청 앞에서 동물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와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회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번 검찰의 영장 기각은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검·경 대립의 줄이 다시 팽팽해졌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이 사건을 수사해왔다.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진실 규명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 더 화제가 됐다. 황 청장은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단장 출신으로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주장해왔다. 경찰은 B 검사를 소환, 이메일 조사 등으로 보강수사하고, 피의자 A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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