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우 “독일전, 온 국민이 함께 막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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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손흥민과 조현우 골키퍼가 2-0로 승리한 뒤 축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손흥민과 조현우 골키퍼가 2-0로 승리한 뒤 축하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내가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막았다고 생각한다.”

축구대표팀 수문장 조현우(대구)는 독일전 무실점 승리의 공을 뜨거운 응원으로 힘을 실어준 국민들에게 돌렸다. 조현우는 28일 러시아 카잔 아레나에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조별리그 최종전 독일과 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독일의 소나기 슈팅을 막아내 한국의 2-0 승리에 기여했다.

조현우의 선방쇼가 이어지며 실점 위기를 넘긴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의 연속골을 앞세워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상대로 클린시트(무실점)를 달성한 조현우는 두 득점자를 제치고 경기 MVP로 선정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조현우는 “독일전에 승리해 기뻤지만, 이내 우리가 16강에 올라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너무 슬퍼서 동료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FIFA랭킹 1위이자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 받은 독일과의 맞대결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지만, 솔직히 말해 무섭기도 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경기를 앞두고 와이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당당하게 하고 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냈다”고 했다.

이어 “동료선수들이 앞에서 몸을 던져 막아주니까 나 또한 그렇게 반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내가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막은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조현우 골키퍼가 독일의 코너킥 볼을 잡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27일 카잔 아레나에서 열렸다. 조현우 골키퍼가 독일의 코너킥 볼을 잡고 있다. 임현동 기자

러시아 월드컵 선방쇼를 계기로 ‘조현우를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군 면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생긴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 뿐만 아니라 (손)흥민이 등등 함께 할 동료들을 위해 뛰겠다”고 언급한 그는 “나는 군대를 가더라도 상관 없다. 어디에 있든 최선을 다 한다는 각오를 다질 뿐”이라고 했다.

“우리도 끝까지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경기했기 때문에 승리가 따라온 것 같다”고 승리의 공을 국민에게 돌린 그는 ”16강에 올라가진 못 했지만, 국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조현우 일문일답.

-세상을 놀라게 할 반전을 이뤘지만 16강엔 들지 못했는데.
“매우 슬펐고 아쉬웠다. 러시아 월드컵의 마지막 경기였다는 게 너무 슬퍼서 다 같이 울었다.”

-선방쇼로 큰 칭찬을 받았는데.
“기회가 주어져 코칭스태프 모든 분께 감사한다. 나를 믿고 앞에서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도 고맙다. 나에게도 큰 계기가 될 것 같다. 한국에 가서도 준비 잘 해서 대표팀에 다시 합류할 기회가 온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 차출에 대한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는데.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당장은 K리그로 돌아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집중하겠다. 아시안게임은 혹시나 가게 된다면 나 뿐만 아니라 (손)흥민이도 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을 위해 뛰겠다. 나는 군대를 가더라도 상관 없다. 어디에 있더라도 최선을 다 하겠다.”

-성원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우리도 국민들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경기했기 때문에 승리가 따라온 것 같다. 16강은 못 갔지만 국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FIFA랭킹 1위 나라의 슛을 받아보니 어땠나.
“준비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무섭기도 했다. 경기 전에 와이프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와이프가 ‘당당하게 하고 오라’고 이야기해서 힘을 받았다. 아무 생각 없었고, 선수들이 몸을 날려서 막아주니까 나도 그렇게 반응했던 것 같다. 내가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막았다고 생각한다.”

-신태용 감독의 작전은.
“감독님께서는 공이 둥글다고 말씀하셨고, 올라갈 수 있는 확률이 1%라도 있기 때문에 기적을 믿는다고 말씀하셨다. 선수들끼리도 미팅을 많이 했는데,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졌다.”

-전반전을 무실점으로 마친 뒤 나눈 이야기는.
“선수들끼리 생각했던 것보다 독일이 강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도 더 적극적으로 공격하자고 말씀하셨다.”

카잔=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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