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나흘째 비공개…'몸살감기'에 주말까지 일정 취소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몸살감기로 주말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과 누적된 피로로 인해 몸살감기에 걸렸다”며 “청와대 주치의가 주말까지 휴식을 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해 금요일(29일)까지의 일정을 취소 및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당초 이날 청와대 집무실로 출근해 예정된 일정을 수행하려다 컨디션이 악화돼 먼저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 일정을 조정했다”며 “이후 주치의가 오후에 문 대통령을 진료한 뒤 오후 4시쯤 임종석 비서실장 등에게 결과를 알려 향후 일정까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27일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러시아 방문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공항에 도착,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귀국 후 27일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청와대 ‘기밀 세부 분류지침’에 따르면 대통령의 건강은 보안 사항이다. 대통령의 몸 상태 등 동정에 대한 내용은 3급, 진료기록 등은 2급 기밀에 해당한다. 대통령의 건강이 안보와 국가 안위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사안을 공개하지 않는 게 보안 지침이자 상식이다.

김 대변인은 단 ‘몸살감기’라고 알린 데 대해 “주치의는 (의학용어로) ‘몸살’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몸살감기라고 말해 그렇게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휴식 이외의 다른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다. 일반적인 몸살감기”라고 선을 그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 전 직원에게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대회의실(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청와대 전 직원에게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당초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오후 일정으로 규제혁신점검회의 주재와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을 공지했다. 규제혁신점검회의는 10여개 부처가 5개월 여를 준비해 왔다. 하지만 총리실은 이 회의 개최를 2시간 가량 앞둔 오후 1시께 돌연 ‘회의 연기’를 발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실을 찾아와 “대통령이 이 총리에게 ‘(회의) 준비가 미흡하다’는 보고를 받고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만들어 보고해 달라’고 해 회의를 연기하기로 했다”며 연기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답답하다”, “속도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 “이해 당사자를 10번이든, 20번이든 찾아가서라도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 발언까지 소개했다. “혹시 대통령의 몸이 불편한 때문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지만 “그렇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때문에 경제 부처가 청와대의 의지를 읽지 못한 채 규제혁파에 미온적으로 움직이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맞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때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유네스코 사무총장 접견도 함께 취소한 상태였다. 27일 일정까지 취소되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정오께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날까지 나흘간 단 한 차례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게 됐다. 매주 문 대통령이 주재해온 25일 수석ㆍ보좌관 회의는 특별한 이유 없이 열리지 않았다. 26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예정됐던 6ㆍ25 참전용사 추모식 참석은 기상 악화를 이유로 문 대통령이 서울을 출발하기 직전에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당시 심한 감기에 걸려 평소보다 얼굴이 수척하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당시 심한 감기에 걸려 평소보다 얼굴이 수척하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결국 김 대변인이 오후 춘추관을 찾아 대통령의 몸살감기를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일정이 많이 잡혀 있는데 대통령이 계속 나타나지 않을 경우 (의구심을 품은) 시선을 피할 수 있겠는가”라고 불가피한 공개였음을 설명했다. 청와대가 주말까지의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면서 28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 접견과, 6ㆍ13 지방선거의 광역단체장 당선인들과의 만찬도 취소ㆍ연기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앞서 규제혁신점검회의가 준비 부족으로 취소됐다고 알린 데 대해선 “회의 준비 상황이 좋았다면 대통령께서 회의를 주재하신다고 하셨을 것”이라며 “보고 내용을 더 보강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에 회의를 취소했지, 몸살과는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