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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부여에 잠든 JP… 공주고 동문들 교가 부르며 마지막 배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후 3시20분 충남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 고(故)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가족묘원(김해김씨 가족묘원).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도 그와 정치를 함께 했던 전·현직 국회의원과 마을주민 등 1000여 명이 운구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안장식이 27일 오후 고향인 충남 부여군 외산면 고인의 가족묘에서 엄수됐다. 김 전 총리는 이날 부인 고 박영옥 여사와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안장식이 27일 오후 고향인 충남 부여군 외산면 고인의 가족묘에서 엄수됐다. 김 전 총리는 이날 부인 고 박영옥 여사와 함께 영면에 들어갔다. 프리랜서 김성태

1987년 김 전 총리가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할 때 참여했던 김홍만(75) 전 국회의원은 “총재님과 당을 만들 때 선거를 치를 때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 “서울에 조문을 다녀왔지만 가시는 길을 보기 위해 또 왔다”고 말했다.

부인 고 박영옥 여사 안장된 부여 가족묘원에 함께 안장 #JP와 정치 함께 했던 전·현직 국회의원과 마을주민 추모 #공주고 임재관 총동문회장 조사 통해 "편안히 잠드시길"

잠시 뒤 김 전 총리의 운구 차량이 들어서자 도로 양쪽과 임시천막에서 기다리던 추모객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주민들은 영정과 유가족의 뒤를 따라 분향소로 발길을 옮겼다. 미처 조문하지 못한 주민들은 유가족에 이어 헌화·분향하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도 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안장식이 열린 27일 오후 충남 부여군 외산면 고인의 가족묘에서 추모객이 조문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안장식이 열린 27일 오후 충남 부여군 외산면 고인의 가족묘에서 추모객이 조문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그의 유골함은 분향소 옆에 마련된 납골당에 안치됐다. 2015년 2월 세상을 떠난 부인 고 박영옥 여사가 잠들어 있는 자리다. 유가족은 고인의 유골함을 조심스럽게 봉안했고 유골함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 전 총리는 생전에 “고향의 가족묘원에 먼저 간 아내와 함께 묻히겠다”며 국립묘지 대신 부인이 묻힌 충남 부여의 가족묘원을 택했다.

유골함 봉안이 끝나고 참석자들 사이에선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침통한 표정으로 봉안 과정을 지켜보던 유가족들도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안장된 충남 부여 외산면 반교리 김해김씨 가족묘원에 전남 나주 장현리 운정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안장된 충남 부여 외산면 반교리 김해김씨 가족묘원에 전남 나주 장현리 운정마을 주민들이 설치한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부부가 합동 봉안된 납골당 묘비에는 김 전 총리가 직접 쓴 글이 적혀 있다 “생각이 바르면 사악함이 없다는 생각을 인생의 도리로 삼고 한평생 어기지 않고 살았다”며 “국리민복(나라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 국태민안(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함)을 구현하기 위하여 헌신전력 했다”는 내용이다.

안장식은 김 전 총리 부부가 함께 잠든 봉안당을 커다란 둥근 돌문으로 봉안하고 분향소에서 평토제를 지내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자유한국당 정진석(공주·부여·청양) 국회의원은 “김 전 총리는 대한민국 현대화와 산업화, 근대화,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업적을 남긴 걸출한 정치 지도자”라며 ”대결 정치를 혐오하며 대화와 타협, 통합의 정치를 구현하는 데 온몸으로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27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모교인 공주고에서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동문들은 교가를 부르며 김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신진호 기자

27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모교인 공주고에서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동문들은 교가를 부르며 김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신진호 기자

앞서 오후 2시 김 전 총리의 모교인 공주고에서는 동문과 주민 등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은 추모식이 열렸다. 김 전 총리는 공주고 19회 졸업생이다. 추모식에는 공주고 동문인 오시덕 공주시장과 김정섭 공주시장 당선인이 나란히 참석했다.

임재관 공주고 총동창회장은 ‘존경하는 운정 선배님 영전에’라는 조사를 통해 “그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해 노고가 많으셨고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가시는 걸음 걸음 편안하시고 행복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27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모교인 공주고에서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동문들은 교가를 부르며 김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신진호 기자

27일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모교인 공주고에서 그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동문들은 교가를 부르며 김 전 총리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신진호 기자

고인의 영정이 본관 현관에서 정문으로 빠져나갈 때는 추모식에 참석한 동문이 재학생들의 연주에 맞춰 교가를 부르며 그를 배웅했다.

공주·부여=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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