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北, 완전비핵화 동의 안 했다…종전선언은 시기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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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까지 미 국무부에서 대북전략을 담당해 왔던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6일 “북한이 미국이 말하는 ‘CVID’에 동의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종전선언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제13회 제주포럼이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후 '정상회담 이후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란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셉 윤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고문, 장퉈셩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 심재권 국회의원, 최종건 대통령 평화군비통제비서관, 김태환 국립외교원 부교수.

제13회 제주포럼이 26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했다. 이날 오후 '정상회담 이후 지속 가능한 한반도 평화'란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셉 윤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고문, 장퉈셩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 심재권 국회의원, 최종건 대통령 평화군비통제비서관, 김태환 국립외교원 부교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이하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6일 한국에 온 조셉 윤 전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는) CVID 혹은 완전한 비핵화, 검증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그에 따른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적 이익 등에 대한 협상이 현재로썬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미국과 북한 간에 CVID 또는 완전한 비핵화와 그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이에 따르는 외교관계 정상화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협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말할 수는 있지만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CVID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대표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자신이 미 국무부에 근무할 때까지는 북한과 종전선언에 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면서 “북한이 종전선언을 원하는 건지도 알 수 없고, 지금이 종전선언을 할 시기로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표는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조치 등은 미국이 결국 중국의 ‘쌍중단(雙中斷·freeze-for-freeze)’ 요구를 따르는 것이라고 봤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이다.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하는 데 굉장한 성과를 이룬 건 분명하지만, 북한 핵무기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다루지 않고 있다”며 “결국 미국이 일부분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중국의 '쌍중단' 모델을 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표는 제주포럼에서도 북·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그는 美北정상회담 공동성명을 가리켜 “어느 측면에서 봐도 취약한 문서”라며 “두 정상이 만나 왜 이 정도 밖에 성취할 수 없었는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가운데 CVID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지적에 “이번 성명은 과거 6자 회담 기본합의서보다 취약한 문서”라며 “실무 협상가로서 볼 때 이는 굉장히 취약한 문서이고 당연히 승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표는 이어 “그런 관점에서 보면 아마 북한이 구체적인 사항이 들어가지 않은 문서를 원했을 것이고 북미정상이 만나기 전에 그런 부분이 이야기됐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표는 2016년 10월부터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국무부 대북정책 대표 및 한국·일본 담당 부차관보로 발탁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도 겸했다.

지난해 6월엔 전격적으로 평양을 방문, 북한에 억류돼있던 미국 대학생 오토웜비어의 석방을 끌어냈으나 올해 2월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시점에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26∼28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배재성 기자 hongodya@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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