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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 은행 부당 대출이자 27억 돌려줘도 고객 불신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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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대출이자를 잘못 계산해 고객들에게 부당하게 이자를 더 받아온 은행들이 환급 계획을 발표했다. 3개 은행이 약 27억원을 돌려줄 예정이다. 은행들은 여전히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반면 금융소비자들은 고의성을 의심하고 있다.

소득 입력 잘못해 이자 더 받아 #시민단체선 “금리 조작 처벌해야” #은행들 “고의가 아니라 실수다”

경남은행과 KEB하나·씨티은행은 26일 대출금리를 과다하게 산정한 사례와 이자 금액, 그래서 피해 본 대출자 수를 공개했다. 경남은행이 가장 많은 25억원, 하나은행이 최대 1억5800만원, 씨티은행이 1100만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월 시중은행 9곳에 대해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은행 이름과 규모는 밝히지 않은 채, “다수의 은행에서 광범위한 위반 사례를 발견했다”며 뭉뚱그린 결과를 내놨다. 대출금리 부당 산정이라는 금감원의 견해에 대해 일부 은행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감원은 다만, 잘못이 명백한 은행들에는 가급적 빨리 부당 이자를 환급하라는 권고문을 보냈다. 환급 계획을 밝힌 3개 은행은 권고문을 받은 곳이다.

경남은행은 지난 4~5월 실시된 추가 조사에서 위반 사례가 발견됐다. 고객의 소득정보를 잘못 입력해 최근 5년간 취급한 가계자금대출 가운데 약 1만2000건에 대한 이자를 과도하게 산정했다. 전체 가계대출의 6% 수준이다. 환급 이자액은 최대 25억원이다.

단순 실수라고 보기엔 건수가 많다. 그러나 경남은행은 “전산입력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문제는 금감원이 고의성 여부에 대해 뚜렷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창우 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장은 “고의나 조작 여부를 확인하려면 해당 은행에 대한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약 6년 5개월의 대출을 점검한 결과, 252건의 최고금리 적용 오류를 발견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대출 690만 건 중 252건이면 6년여간 0.004%에도 못 미치는 오류”라고 해명했다. 외환은행과의 합병 이후인 2015년부터 3년만 따져도 이 은행이 거둔 이자순수익은 10조원을 웃돈다.

씨티은행도 최근 5년간 대출 적정성 조사에서 금리를 과다 산출한 대출이 27건, 환급대상 이자액이 11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이들 은행은 늦어도 다음달까지는 환급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피해 고객들에게 개별 연락 후, 해당 거래 계좌로 환급액을 입금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부당하게 더 낸 이자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감안해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부당하게 받은 이자에 대한 이자까지 쳐서 지급하겠다는 얘기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에서는 아직 부당 이자 산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

환급 발표가 났지만 소비자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이날 “은행들이 일상적으로 광범위하게 ‘금리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인 것은 업무 실수나 과실이라기보다는 ‘고의적 행위’”라며 “반드시 전수 조사해 가담 은행과 직원을 일벌백계로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금융당국의 조사 및 조치 결과가 미흡할 경우 시민행동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일부에서는 금감원의 성급한 발표에 문제를 제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에 금감원이 은행들에 섣불리 대출금리를 올리지 말라는 시그널을 급하게 보내려다 보니 설익은 중간 결과를 발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썬 몇몇 특정 은행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는 사안을 금감원이 ‘은행권’이라고 표현하면서 은행 전체가 부도덕한 집단이 됐다”며 “금융감독당국 스스로 금융시스템의 신뢰에 위기를 불러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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