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여성에 ‘여성 호르몬 치료’ 했더니 치매 진행 늦춰

중앙일보

입력

 서울 삼성동 강남구치매지원센터를 찾은 노인들이 지능형 로봇과 함께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서울 삼성동 강남구치매지원센터를 찾은 노인들이 지능형 로봇과 함께 치매예방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폐경 여성에게 여성호르몬 치료를 했더니 인지기능 감소 폭을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윤병구 교수ㆍ신경과 나덕렬 교수 연구팀은 최근 북미폐경학회지(Menopause) 최근호에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새로운 호르몬요법의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2008년 1월부터 2012년 10월 사이 경도인지장애를 보인 폐경 여성 37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 평균 나이는 70.4세로, 인지기능 검사에서 모두 기억성 다영역 경도인지장애를 진단받았다. 연구팀은 이들을 여성호르몬 치료그룹(19명)과 위약그룹(18명)으로 나눈 뒤 치매검사를 포함해 여러 인지기능 검사를 6개월마다 진행하며 총 2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자도, 실험 대상자도 자신이 어떤 군에 속하는지는 모르는 상태로 연구가 진행됐다.

호르몬 치료는 여성호르몬제인 에스트라디올 젤(0.1%)을 0.5mg에서 2mg까지 점차 용량을 늘려가며 매일 바르게 하고, 3개월 뒤부터 매일 경구용 미분화 프로제스테론 100mg을 함께 복용하게 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종 연구를 마친 35명 중 17명이 병세가 깊어져 치매로 진행됐다. 이 중 위약그룹이 52.9%(9명)로 치료그룹 44.4%(8)보다 다소 높은 비율을 보였다. 위약그룹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형 몬트리올 인지평가(MoCA-Kㆍ경도인지장애 병 진행 파악할 수 있는 검사) 점수가 의미있게 감소해 병이 악화됐다. 그러나 치료그룹은 변화가 없었으며, MoCA-K 변화양상이 양쪽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또 18개월 이후부터 통계적으로 유의한 격차를 나타냈다.

치료그룹의 경우 24개월 경과 시점에 30점 만점을 기준으로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에서 3.26점, MoCA-K에서도 3.85점 앞섰다. 두 그룹 모두 연구 기간 동안 검사 상 인지기능이 떨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 폭에서 큰 차이를 보인 셈이다. 윤병구 교수는 “폐경 여성의 삶을 위협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다. 여성호르몬 치료가 폐경 여성의 인지기능장애를 막을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로, 병의 진행을 막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