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옆에는 앉을 수 없다”…항공기서 일어난 성차별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 엘 알 항공 [위키백과=연합뉴스]

이스라엘 엘 알 항공 [위키백과=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한 항공사에서 유대교인 남성 승객의 요구에 여성 승객의 자리를 옮겨 논란이 일었다.

25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지난 주말 뉴욕에서 텔아비브로 향하려던 이스라엘 엘 알 항공편에 탄 4명의 초 정통 유대교인 남성 승객은 여성 승객 옆에 못 앉겠다고 버텼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들을 설득시키려는 승무원들도 여자라는 이유로 대화조차 거부했다.

소란으로 출발이 지연되자 결국 승무원들은 여성 승객 2명의 자리를 새로 마련했고, 비행기는 예정 출발 시간보다 1시간 뒤에나 이륙했다.

엘 알 항공여객기에서는 지난해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승객들에 따르면 기장을 제외한 모든 남성 승무원들이 유대교인 남성들의 자리 변경을 요구 업무에 매달렸고, 다른 승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뒷전이었다고 밝혔다.

결국 나이 많은 한 미국인 승객과 젊은 이스라엘 승객이 자리를 바꿔줘 비행기가 이륙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 일행 가운데 특히 신앙심이 두터운 한 사람은 비행기 내에서 여성과 마주치지 않도록 비행기 탑승 때부터 내릴 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사건은 당시 비행기에 탔던 한 승객이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상황을 전하며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강제로 자리를 바꿔야 했던 여성 승객은 항공사를 상대로 차별 소송을 제기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성(性)을 이유로 승객에게 좌석 이동을 요구하는 것은 차별의 형태라고 판시했다.

엘 알 항공사는 승객들에 불편을 끼친 데 사과하며 "승객들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엘 알 승무원은 다양한 요구를 가진 광범위한 승객들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사의 사과에도 사람들은 비행기 내에서 승무원 지시를 따르지 않는 승객은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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