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안포 저승사자’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 중단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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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태 때 해병대 K9 자주포가 포화를 뚫고 나오고 있다. [사진 해병대]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사태 때 해병대 K9 자주포가 포화를 뚫고 나오고 있다. [사진 해병대]

해병대가 매년 서해 5도 지역(서북도서)에서 해왔던 K-9 자주포 실사격 훈련이 올해는 건너 뛸 것으로 보인다. 서북도서의 K9은 북한이 서해안 일대에 배치한 해안포를 상대하는 전력이다. 2010년 북한이 연평도를 포격했을 때 악조건 속에서도 역공에 나서 북한군에 피해를 줬던 전력이다.

2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2~3차례 계획된 해병대의 서북도서 실사격훈련을 유예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방한계선(NLL) 인근 지역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는 게 4ㆍ27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한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 행위 전면중지’와 저촉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는 매년 7~8월, 11~12월 서북도서에서 K9을 비롯해 105㎜ 견인포, 81㎜ 박격포 등으로 백령도 서쪽 해상을 향해 쏘는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때마다 해ㆍ공군도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한다. 단 군 관계자는 “훈련 유예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훈련 계획은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의 유예가 확정될 경우 올 하반기 계획된 주요 군사 훈련이 줄줄이 중단되는 게 된다. 한ㆍ미 국방부는 앞서 8월 말 열리는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과 한ㆍ미 해병대의 소규모 연합훈련인 한국 내 훈련프로그램(KMEP)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6일부터 예정했던 한국군 독자훈련인 태극 훈련도 취소했다.

이 때문에 잇따른 훈련 유예가 군의 전투 준비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이 일시 중지된다고 해도 서북도서의 K9 운용 인력들이 후방 부대에서 실사격 훈련을 할 수도 있고, 또 서북도서에서 시뮬레이션으로 훈련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해병대의 서북도서 실사격 훈련을 연평도 선제 포격의 구실로 내세운 적이 있다. 2010년 11월 23일 오전 “북측 영해에 대한 포 사격이 이루어질 경우 즉각적인 물리적 조치를 경고한다”고 위협한 뒤 같은 날 오후 방사포로 연평도 주둔 해병대를 포격했다. 당시 북한군 포격으로 일부 피해를 본 해병대의 K9 포대는 80여 발을 쏴 반격했다. 북한군의 피해 상황은 공식적으로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12년 3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해병대의 반격으로 북한군 10명이 사망하고 3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25일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접촉에서 조용근 육군 대령(왼쪽)과 북한 엄창남 육군 대좌가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25일 대령급 남북 군사실무접촉에서 조용근 육군 대령(왼쪽)과 북한 엄창남 육군 대좌가 시작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한편 남북 군 당국은 이날 서해지구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대령급 실무접촉을 열고 빠른 시일 내동·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구하는 데 합의했다. 국방부는 “우선 서해지구 군 통신선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이행하기로 했다”며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산불로 인해 완전히 소실된 만큼 공사에 필요한 자재, 장비, 소요 기간 등을 추가 협의해 빠른 시일 내 복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해지구 통신선은 올해 1월 9일 복원됐으나 음성통화만 가능한 상태다. 동해지구 통신선은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로 끊어졌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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