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7년만에 '양심적 병역거부' 조항 위헌 여부 판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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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옥중 기자회견'. [중앙포토]

지난해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옥중 기자회견'. [중앙포토]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군 입영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28일 나올 예정이다.

현행 병역법 제88조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 #헌재, 지난 2004년과 2011년에 해당 법 합헌 판단 #하급심에선 양심적 병역거부자 '무죄' 판결 늘어나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 전원재판부는 병역법 관련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28건을 하나로 병합해 심리하기로 했다. 동일 사건을 하나로 합치는 병합 절차는 보통 선고 직전 이뤄진다. 따라서 이번달 28일 정기선고일에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의 위헌여부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늦으면 7월 말 결정이 나온다. 헌재는 2011년 이후 7년째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해 왔다.

현행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현역 입영 통지를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기소했고, 법원은 군 복무 기간을 고려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950년 이후 현재까지 양심적 병역거부로 처벌받은 인원은 약 1만 9000명이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 등 국방 의무를 대체할 방안을 주지 않고 처벌만 하는 건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8월 양심적 병역거부로 현재 수감중인 사람 360명과 재판이 진행중인 544명 등 904명을 대표한 변호사가 청와대에 조속한 해결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청원담당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해 8월 양심적 병역거부로 현재 수감중인 사람 360명과 재판이 진행중인 544명 등 904명을 대표한 변호사가 청와대에 조속한 해결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청원담당관에게 전달하고 있다. [중앙포토]

헌재가 병역법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는 건 대법원의 움직임과 관련 있어 보인다. 대법원은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오는 8월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 하급심에서 병역거부자에 무죄를 선고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유죄 판례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2004년 서울남부지법에서 처음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이 나왔고, 최근까지 총 83건의 무죄판결이 내려졌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총 44건의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아직 대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적은 없다.

한편,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회원들을 상대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설문을 한 결과 응답한 변호사 가운데 70% 이상이 '양심적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라는 의견을 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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