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명태는 다 어디로 갔을까(feat. 강산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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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하고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 그대 너무 맛이 있어요. 감사합니데이.”

가수 강산에가 노래 ‘명태’를 통해 명태에 바친 예찬이다. 그의 노래대로 명태는 오랜 기간 ‘국민 생선’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어획량이 급감하더니 이제는 연근해에서는 구경하기조차 어렵게 됐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 때문이다.

명태 어획량, 1970년 1만3000t에서 지난해 1t으로 #50년간 수온 1.1도 상승한 영향 #한류성 어종인 명태, 꽁치, 도루묵 어획량 급감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 멸치 등은 어획량 급증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덕포 앞바다에 설치된 연안자망에 잡힌 길이 50㎝ 짜리 명태 1마리. [사진 거제수협]

지난 17일 경남 거제시 덕포 앞바다에 설치된 연안자망에 잡힌 길이 50㎝ 짜리 명태 1마리. [사진 거제수협]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기후(수온) 변화에 따른 주요 어종 어획량 변화 자료에 따르면 1968년 16.1도였던 한국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지난해 17.2도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계 평균 상승 폭의 2.2배에 달한다. 2016년 17.9도까지 올라갔다가 그나마 다소 내려간 수치다.

연근해 표층수온 변화

연근해 표층수온 변화

이 때문에 연근해 해역의 생선 어획량은 고등어류, 멸치, 살오징어 등 난류성 어종이 증가하고 명태, 꽁치,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은 감소했다. 1970년에 1만3418t이 잡혔던 명태는 지난해 고작 1t 잡히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꽁치 어획량도 2만5036t에서 757t으로 급감했고, 도루묵도 1만6110t에서 4965t으로 3분의 1토막 났다.

반면 1970년에 3만8256t 잡히는데 그쳤던 고등어류는 지난해 어획량이 11만5260t으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멸치 어획량도 5만4047t에서 21만943t으로 크게 늘어났다.

어종별 어획량 변화

어종별 어획량 변화

물이 따뜻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아열대성 어종이 우리 연근해에서 잡히는 경우도 많아졌다. 망치고등어는 2010년 5203t에서 지난해 1만1390t으로 어획량이 늘었고, 같은 기간 참다랑어는 293t에서 743t으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명태 등 주요 어종에 대한 인공종묘 생산 및 방류사업, 총허용어획량 제도 등을 확대 시행해 연근해 해역에 수산자원 회복 및 관리를 추진 중”이라며 “기후 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변화하는 해양 환경에 수산업이 대응할 수 있는 연구역량 강화 및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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