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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도전정신...한국, 일본을 배워라

중앙일보

입력

일본, 콜롬비아 꺾고 세네갈과 비겨 #사무라이처럼 도전적으로 맞서 #베스트11 중 유럽파 10명, 한국은 3명 #"한국은 돈과 안정, 일본은 꿈과 경험 중시" #현재 유럽 1-2부리그에 일본선수 약 30명

일본축구대표팀 혼다(오른쪽)가 25일 세네갈과 러시아월드컵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축구대표팀 혼다(오른쪽)가 25일 세네갈과 러시아월드컵 경기에서 동점골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축구 애칭은 '사무라이 블루'인데, 일본 봉건시대 무사처럼 도전적인 축구를 펼치고 있다.

일본은 25일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네갈과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2-2로 비겼다. 일본은 1차전에서 남미의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꺾은데 이어 1승1무를 기록,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세네갈전에서 이누이가 동점골을 터트린 뒤 기쁨을 나누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세네갈전에서 이누이가 동점골을 터트린 뒤 기쁨을 나누는 일본 선수들. [AP=연합뉴스]

일본은 두차례나 동점을 만드는 '집념의 축구'를 펼쳤다. 일본은 0-1로 뒤진 전반 34분 나가토모 유토(갈라타사라이)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내준 패스를 이누이 다카시(에이바르)가 오른발슛으로 연결해 1-1을 만들었다. 또 1-2로 끌려간 후반 33분에는 혼다 게이스케(파추카)가 이누이의 땅볼 크로스를 왼발슛으로 연결해 기어코 무승부를 거뒀다.

'사무라이 도전정신'이 돋보인다. 일본은 월드컵을 두달 앞두고 할리호지치 감독을 경질하고 니시노에게 지휘봉을 맡겼는데, 무모할 것 같았던 승부수가 통했다.

일본은 콜롬비아에 이어 세네갈을 맞아서도 수비적으로 내려서지 않았다. 일본 특유의 패스축구 '스시타카'를 펼치며 당당히 맞섰다. 적장인 세네갈의 알리우 시세 감독이 "일본이 우리보다 나았다. 기술적으로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일본축구대표팀 가가와 신지(왼쪽)와 나가토모(오른쪽). 가가와는 한 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나가토모는 이탈리아 인터 밀란에서 뛰었다. [일본축구대표팀 SNS]

일본축구대표팀 가가와 신지(왼쪽)와 나가토모(오른쪽). 가가와는 한 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나가토모는 이탈리아 인터 밀란에서 뛰었다. [일본축구대표팀 SNS]

일본선수들은 세계화를 위해 유럽프로축구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날 선발명단을 보면 11명 중 무려 10명이 유럽파다. 공격수 오사코 유야는 독일 쾰른, 2선 공격수 이누이는 스페인 에이바르, 가가와 신지는 독일 도르트문트, 하라구치 겐키는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뛰고 있다.

미드필더 하세베 마코토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시바사키 가쿠는 스페인 헤타페 소속이다. 수비수 나가토모는 터키 갈라타사라이, 요시다 마야는 잉글랜드 사우샘프턴, 사카이 히로키는 프랑스 마르세유, 골키퍼 가와시마 에이지는 프랑스 메스에서 뛴다.

독일리그 4명, 스페인리그 2명, 프랑스 리그 2명, 잉글랜드 리그 1명, 터키 리그 1명이다. 중앙수비 쇼지 겐(가시마)만 유일하게 국내파다.

일본축구대표팀 혼다 게이스케(오른쪽). [일본축구대표팀 SNS]

일본축구대표팀 혼다 게이스케(오른쪽). [일본축구대표팀 SNS]

자국리그에서 활약한 많은 일본 선수들은 유럽 빅클럽이 아닌 중하위권팀이라도 과감하게 이적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유럽에 도전해 부딪힌다. 독일 분데스리가 취재를 가보면 대부분의 독일팀에 일본선수가 있다.

일본 J리그팀들 역시 선수의 유럽 이적을 가로막지 않고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가가와는 2010년 세레소 오사카를 떠나 고작 이적료 4억원에 도르트문트로 이적했다.

뻔하지 않은 길을 택한 선수도 있다. 동점골을 넣은 혼다 게이스케는 2008년 러시아 CSKA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AC밀란을 거쳐 현재 멕시코 파추카에서 뛰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골을 성공 시킨 뒤 기성용과 손을 잡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골을 성공 시킨 뒤 기성용과 손을 잡고 있다. 임현동 기자

반면 한국은 러시아 월드컵에서 2전 2패를 당했다. 세계적인팀들과 맞짱을 뜬 일본과 달리, 한국은 스웨덴과 1차전에서는 수비적으로 내려섰다가 허무하게 0-1 패배를 당했다.

멕시코와 2차전에서 한국 선발명단 11명 중 유럽파는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황희찬(잘츠부르크) 3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K리그 6명, 중국과 일본에서 뛰는선수 각각 1명씩이었다.

K리그 MVP 이재성은 월드컵에서 세계와의 격차를 느끼고 있다. K리그 구단들은 에이스 선수가 유럽으로 이적을 추진할 경우 이적료 20억원 이상을 불러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K리그 시스템 적인 문제다. 또한 K리그와 중국리그에서 수억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선수들도 있다.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1-2로 패한 한국의 이재성이 엎드린 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1-2로 패한 한국의 이재성이 엎드린 채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월드컵을 현장 취재한 재일 스포츠칼럼니스트 신무광 씨는 "한국 선수들은 돈과 안정(경기 출장)을, 일본 선수는 꿈과 인생경험(해외생활)을 중요시 해서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병역이 걸려있어 급하게 결과를 원할수밖에 없지만, 일본선수들은 마치 옆나라에 단기유학 가듯 자유롭게 도전한다. 구단도 내보내주고 실패하면 다시 복귀하면된다, 해외경험을 실려라 식"이라고 말했다.

신무광씨는 "2002년 월드컵에서 일본을 지휘한 트루시에 감독이 당시 이런 말을 했다. '일본축구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해외파가 많아야한다. 유럽 1부~2부리그를 포함해 최소 30명 정도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는 환경이 생기면 일본은 월드컵 8강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유럽파는 나카타, 이나모토, 오노, 가와구치 정도였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 1, 2부리그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30명 정도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한국 축구인은 "일본의 사무라이 도전정신이 부럽다. 한국이 배워야 한다"며 "한국축구는 투혼을 강조하는데, 정작 투혼은 질타가 쏟아진 뒤 나오기 시작한다"고 지적했다.

모스크바=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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