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손흥민! 넌 독일에 강하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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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24일 멕시코전이 끝난 뒤 후배인 황희찬을 안아주며 위로하는 손흥민(왼쪽). [로이터=연합뉴스]

24일 멕시코전이 끝난 뒤 후배인 황희찬을 안아주며 위로하는 손흥민(왼쪽). [로이터=연합뉴스]

24일 한국과 멕시코의 2차전이 열린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

멕시코전 만회골에도 눈물 펑펑 #“월드컵 무대 무섭고 겁이 나” #27일 독일전 “죽기살기로 뛰겠다”

한국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은 경기가 끝나자 쓰러진 동료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그는 방송 인터뷰 도중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라커룸에서도 그는 만신창이가 된 동료들을 보고 눈물을 펑펑 쏟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라커룸을 찾아 그를 위로했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러시아 월드컵 2차전이 끝난 뒤 라커룸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24일 러시아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러시아 월드컵 2차전이 끝난 뒤 라커룸을 찾아 눈물을 흘리는 축구대표팀 공격수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또 울었다. ‘울보’ 손흥민은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0-2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왼발 중거리 슛으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손흥민이 번개 같은 왼발슛으로 골을 터트리면서 한국에 작은 위안거리를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1-2로 패한 뒤 울면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예선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23일(현지시간) 로스토프나도누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손흥민이 1-2로 패한 뒤 울면서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흥민의 두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 손흥민은 “우리가 강팀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초반 찬스에서 해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또 “사실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으니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과가 나오니) 울음을 참기가 쉽지 않더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울지 않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손흥민은 2014년 월드컵 알제리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2-4로 패한 뒤 엉엉 울었다. 4년 전 막내가 흘린 눈물이 아쉬움의 표현이었다면, 이번엔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느끼면서 흘린 눈물이었다.

[월드컵 D-30] 손흥민, '아쉬운 눈물'   (서울=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손흥민(왼쪽)이 눈물을 흘리자 한국영이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월드컵 D-30] 손흥민, '아쉬운 눈물' (서울=연합뉴스)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한국과 벨기에의 경기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한 손흥민(왼쪽)이 눈물을 흘리자 한국영이 위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은 “잘 준비해도 부족한 게 월드컵 무대다.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아직도 월드컵 무대는 무섭고, 겁이 난다”며 에이스의 중압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흥민이가 스트라이커로서 무척 힘들었을 거다. 나도 같은 공격수 출신으로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지더라도 한 골을 넣고 나오길 바랐는데, 흥민이가 해줬다. 이번 골은 우리 팀 전체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첫 골을 터트리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이 23일 오후(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노두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중거리슛으로 첫 골을 터트리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27일 오후 11시 카잔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독일과 최종 3차전을 벌인다. 어떤 이는 ‘희망 고문’이라고 하지만 실낱 같은 16강 진출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국이 손흥민을 낳았다면 손흥민을 키운 건 독일이다. 손흥민은 2008년 동북고를 중퇴하고 독일 프로축구 함부르크에 입단했다. 2010년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뒤 2013년엔 레버쿠젠 소속으로 2시즌 간 29골을 터트렸다. 2015년 이적료 400억원에 토트넘(잉글랜드)으로 이적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에서만 도합 165경기에 나서 49골을 기록하면서 월드 클래스로 성장했다. 독일 강호 도르트문트를 상대로는 무려 8골을 뽑아냈다. 자신을 키워준 독일을 상대하는 손흥민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말이 필요 없어요. 정말 죽기 살기로 해야죠. 세계 1위 팀을 상대로 끝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결과를 받아들여야죠. 16강을 가고, 못 가고를 떠나 마지막 경기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싶어요.”

로스토프나도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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