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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역대 첫 러시아 하원 연설…'평화체제' 전제한 경협 외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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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의 러시아 국빈 방문(21~24일)은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가 후속 협상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트롱맨’들 사이에 끼어있는 한국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외교전의 성격의 짙다.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은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19년 만이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연설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연설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번째 중국 방문(19~20일)에 나서면서 북·중 밀착이 심화하는 상황과 맞물려 경제협력을 매개로 한 '러시아 밀착’ 외교의 성격도 갖고 있다.

 러시아는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국면 등에서 중국과 같은 목소리를 내왔고, 6자회담 당사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란 점에서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1년 여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는 다자회의를 계기로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21일(현지시간)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러시아 하원 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은 “지난해 동방경제포럼에서 발표한 ‘신북방정책’은 (푸틴 대통령의) 신동방정책에 호응하는 한국 국민들의 꿈”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남ㆍ북ㆍ미 3자 또는 중국을 포함한 4자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과 러시아도 (평화정착의) 본궤도에 올라서면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멀리 보면 6자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며 “남북 관계와 북ㆍ미 관계가 좋아지고, 나중에 중국과 일본이 합류하면서 자연스럽게 6자로 옮겨가는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이후의 평화체제를 염두에 둔 경제협력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며,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남북 간의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연설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한 뒤 박수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연설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실제 순방단에는 주요 대기업 최고 경영자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한ㆍ러 비즈니스 포럼’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 20개와 65개 중견기업, 16개 공공기관 등 101개사 208명의 경제사절단이 참석한다. 이번 순방 중 체결될 MOU(양해각서)에는 분당 서울대 병원의 현지 병원 운영과 세브란스병원의 현지 검진센터 개설 건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만큼 ‘스포츠 외교’에도 공을 들인다.

앞서 지난 2월 평창겨울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선수들이 도핑(금지약물 복용) 스캔들로 국기를 달지 못한 채 출전했었다. 러시아 선수들의 좌절이 있었지만 푸틴 대통령은 선수들을 평창을 보냈고, 문 대통령과 평창올림픽조직위가 선수들을 따뜻하게 대해준 데 대해 러시아측에서도 감사를 표했었다. 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현지에서 한국과 멕시코의 F조 조별리그 2차전을 관람할 예정이다.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연설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을 방문, 우리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ㆍ러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연설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한편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과 러시아의 오래된 ‘우애와 존중’ 관계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1905년 한국 최초의 주러시아 상주공사인 이범진 공사는 러시아 땅에서 망국의 소식을 들었다. 그때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 러시아 정부였다”며 “안중근, 홍범도, 최재형, 이상설 선생 등 수많은 한국의 독립투사들이 이곳 러시아에 망명하여 러시아 국민들의 도움으로 힘을 기르고 국권 회복을 도모했다”고 말했다.

채병건·박유미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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