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세계 최초" 한국 조선 빅2 싸움 붙었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고이자 최초 기술”(대우조선해양)

“2년 전 이미 구현된 기술”(현대중공업)

국내 조선사 ‘빅2’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기술력을 놓고 때아닌 원조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상은 LNG 운반선에서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100% 다시 액체로 만들어 LNG 화물창에 넣는 기술이다. 대우조선해양이 해당 기술에 19일 세계 최초·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이자 현대중공업은 이미 현 수준의 기술을 상용화한 바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을 둘러싸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자 이들 조선사는 기술력 승부에 사활을 걸 태세다.

대우조선은 완전재액화시스템(FRS·Full Re-liquefaction System)이 적용된 LNG 운반선 1척을 세계 최초로 인도했다고 19일 밝혔다. 운반 과정에서 기체로 변해 날아가는 LNG를 모두 액체 상태로 되돌려 LNG 손실률을 사실상 ‘제로(0)’로 만들었다는 게 대우조선 측의 설명이다. 대우조선은 “LNG 자연기화율(BOR·Boil Off Rate)이 0%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번에 인도된 선박은 17만3000㎥급으로 FRS를 통해 선주가 연간 80억원의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의 이 같은 발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단일 냉매를 이용한 완전재액화시스템'을 17만6000㎥급 LNG 운반선에 적용해 노르웨이 선주사에 인도했다. 당시 부분재액화시스템(PRS·Partial Re-liquefaction System) 적용에 그치던 대우조선의 기술에 2년 앞서 '세계 최초 기록'을 썼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혼합냉매를 활용한 완전재액화 실증 설비를 구축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단일냉매와 혼합냉매 기술 모두 BOR이 0.017%에 불과해 세계적으로 100% 재액화 기술로 인정을 받았다”며 “특히 혼합냉매 기술의 경우 에너지 효율을 최대 40%까지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갖추고 있어 ‘꿈의 기술’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BOR 수치 등 기술 수준을 놓고서도 날 선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이 BOR 수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데 대해 현대중공업 측에선 “대우조선의 FRS가 실제로는 PRS의 개량품일 수 있다”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대우조선은 냉매를 사용하지 않는 자사 기술이야말로 설비 비용과 사용 전력을 크게 낮춰 선주의 선호가 높다고 주장한다.

조선업계는 국내 조선사가 주도하는 LNG 운반선 기술력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선주의 눈높이가 높아져 혁신 없이는 시장에서 곧바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중국 등 후발 주자가 가격 경쟁력으로 도전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는 기술 경쟁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국내 조선사들이 높은 가격대를 지닌 LNG 선종을 포기할 수 없는 분야로 여기는 점 역시 경쟁을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각 선종별 초대형급 선박 가격의 경우 17만㎥ LNG 운반선은 약 1억8000만 달러(약 1992억원)에 달해 30만t급 유조선(약 9000만 달러·약 995억원)과 2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약 1억4000만 달러·1549억원)보다 비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혼합냉매 완전재액화시스템 LNG 운반선이 2020년부터 순차적으로 인도된다”며 “본격적인 승부는 2년 뒤 선주들의 선택에 따라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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