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8선 의원인 서청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20일 탈당을 선언했다. 그간 인명진 전 비상대책위원장, 홍준표 전 대표와 맞서며 탈당을 거부한 지 19개월 만이다.
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늘 오랫동안 몸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제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며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서 의원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친박 청산 대상 1호'로 꼽히며 매 국면 탈당을 요구받았다.
"언제 할복하면 좋겠습니까?"
가장 먼저 박 전 대통령이 탄핵당한 직후 들어선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당 혁신 3대 과제 중 하나로 '인적 혁신'을 제시했다.
당시 '청산대상'으로 지목된 서 의원은 지난해 1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례적으로 25분간 공개 변론을 펼쳤다. 그는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인 전 비대위원장의 요구를 거절하고 가장 앞자리에 앉은 인 전 비대위원장을 쳐다보며 큰 목소리로 "목사님(인 전 비대위원장)이 당을 떠나라"고 일갈했다.
이때 '할복' 등 거친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그는 인 전 위원장을 향해 "할복하라고 말씀하셨는데 할복을 하지 않았다. 목사님, 제가 언제 할복하면 좋겠냐"고 감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성완종 녹취록' 공개하겠다" 홍준표와도 대립
이후 서 의원은 새 지도부로 입성한 홍준표 전 당 대표와도 크게 대립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5월 6일 당시 홍준표 당 대선 후보는 특별지시를 내려 '복당파'의 입당을 승인하며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에게 내려진 징계를 해제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갈등이 시작됐다. 홍 전 대표는 10월 당 윤리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서청원 의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했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홍 전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며 탈당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서 의원은 홍준표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인 '성완종 녹취록'도 거론했다. 당시 그는 " 검찰 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내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며 "용인될 수 없는 일"이라고 압박했다. 홍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서 의원이 정치를 더럽게 배워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며 맞받으며 긴장국면이 이어졌다. 이후 의총이 열리지 않으면서 두 사람에 대한 탈당 절차는 더 진행되지 않았다. 다만 두 달 뒤인 12월 당 당무 감사 결과에 의해 당협위원장직이 박탈됐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