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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학교, 노예제 지지한 남군 영웅 이름 버리고 ‘오바마’로 개명

중앙일보

입력

미국 버지니아주 주도인 리치몬드의 한 초등학교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라 교명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중앙포토]

19일(현지시간) 허핑턴포스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J.E.B 스튜어트 초등학교’는 이날 시 교육위원회 표결을 거쳐 ‘버락 오바마 초등학교’로 이름을 변경했다.
J.E.B 스튜어트는 버지니아 출신으로 남북전쟁 중 이름을 떨친 남군의 지휘관이다. J.E.B는 그의 이름인 제임스(James), 이월(Ewell), 브라운(Brwon)의 머릿글자다.

남부연합 수도였던 버지니아주 초등학교 #“지역사회 포괄하는 긍정적인 이름 필요”

학교 이름이 노예제 존속을 주장한 남군 영웅의 이름에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이름으로 바뀌는 것이다.
더구나 리치몬드는 ‘남부’를 상징하는 도시다. 노예제도에 반대한 공화당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미 연방을 탈퇴한 7개 주(사우스캐롤라이나·조지아·플로리다·앨라배마·미시시피·루이지애나·텍사스)는 1861년 ‘남부연합’ 정부를 수립하고 리치몬드를 수도로 삼았다.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지휘관으로 이름을 떨친 J.E.B 스튜어트. [위키피디아]

남북전쟁 당시 남군 지휘관으로 이름을 떨친 J.E.B 스튜어트. [위키피디아]

보도에 따르면 지역사회에선 재학생의 95%가 흑인인 이 학교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올 초부터 나왔다. “포괄적으로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긍정적 인물로 개명할 필요가 있다”는 요구였다.
이에 리치몬드 교육청은 표결 등 절차를 거치는 조건으로 동의했고, 인종차별에 맞선 인물의 이름 등이 새 이름 후보로 거론됐다. 이 중 ‘버락 오바마’ ‘노스사이드’ ‘위시트리’가 최종 후보에 올랐다.

리치몬드 교육청장은 ‘버락 오바마’를 최종안으로 선택했고, 학교운영위원회 표결을 거쳐 6 대 1로 개명안을 통과시켰다. 개명에 반대한 1명은 지역 인물을 기리는 교명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 스토니 리치몬드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J.E.B 스튜어트 초등학교 이름을 버락 오바마로 변경한 위원회에 감사한다. (오바마는) 우리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리더다”라고 개명을 승인했다.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미 전역에선 남부연합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학교의 교명 변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자들에 의한 폭력 사태의 여파다.

지난해 이미 미시시피주 잭슨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이름을 ‘제퍼슨 데이비스’에서 ‘버락 오바마’로 바꿨다. 제퍼슨 데이비스는 남부연합의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다. 또 남부군 총사령관의 이름을 딴 오클라호마주 툴사의 ‘로버트 E 리 초등학교’도 개명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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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빈곤법률센터( Southern Poverty Law Center)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약 100개의 공립학교가 남부연합 지도자의 이름을 교명으로 사용 중이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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