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아, 트럼프에 반기…"불법 이민, 가슴으로 다스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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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멕시코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온두라스 가족이 2세된 딸을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정책에 따라 미성년 자녀를 동반해 불법 입국을 시도한 경우라도 예외 없이 부모와 자녀는 격리 수용된다. [AFP=연합뉴스]

지난 12일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멕시코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온두라스 가족이 2세된 딸을 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 정책에 따라 미성년 자녀를 동반해 불법 입국을 시도한 경우라도 예외 없이 부모와 자녀는 격리 수용된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과 관련해 이례적인 비판 논평을 냈다. 불법입국자 '부모-자녀 격리 지침'에 따라 2000명에 이르는 어린이들이 그들의 부모와 ‘생이별’한 현실에 유감을 드러내면서다.

'무관용 정책' 따라 아동 2000명 국경에 격리 수용 비판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이들 협상 수단 삼아선 안돼"

17일(현지시간)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멜라니아 여사의 대변인인 스테파니 그리셤 공보 담당관은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와 떼놓는 것을 보는 걸 싫어한다. 민주 공화 양당이 궁극적으로 힘을 합쳐서 성공적인 이민 개혁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리셤은 또 "멜라니아 여사는 법을 따르는 나라가 필요하지만 또한 가슴으로 다스리는 나라 역시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 본부를 방문해 허리케인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는 멜라니아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 본부를 방문해 허리케인 관련 브리핑을 듣고 있는 멜라니아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본격 시행에 들어간 불법 이민자 ‘무관용 정책’(zero tolerance)을 비판하는 발언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이 연방검찰에 내린 지침에 따라 남쪽 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 발각되는 이들은 전원 기소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모들은 구금되고 동반 자녀들은 부모와 떨어져 정부 시설에 수용된다. 앞선 정부들은 미성년자 자녀를 둔 밀입국자의 경우 예외를 둬서 기소하지 않고 이민 법정에서 사안을 처리해왔다.

국토안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19일부터 5월 31일까지 불법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다 붙잡힌 성인들로부터 아동 1995명이 격리돼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을 놓고 미국 내에서는 비인도적 조치라는 비판과 국경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인 멜라니아는 모델로 활동 중이던 1996년 방문비자로 미국에 왔고 2001년 3월 EB-1 프로그램으로 영주권을 받았다. 트럼프와는 2005년 결혼했다. 최근 미 언론은 멜라니아의 부모인 빅토르와 아말리야 크나브스 부부가 영주권을 받아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들의 영주권 취득이 트럼프 행정부가 반대하는 '연쇄 이민(chain migration·이민자의 가족이 잇따라 영주권을 취득하게 되는 것)'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인간적인 모성'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지만 '민주 공화 양당'의 협조를 촉구함으로써 사태 책임을 민주당 쪽에도 일부 지웠다. 이 같은 인식은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NBC 인터뷰에서도 드러났다.

콘웨이 고문은 "엄마이자 가톨릭 신도로서 그리고 양심있는 사람으로서, 아무도 그 정책(부모-자녀 격리)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도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구멍을 막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만드는 데 비협조적인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이에 민주당 출신으로서 그간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자제해온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무관용 정책’ 비판에 나섰다. 미국에서 아버지의 날인 이날 그는 "아버지의 날에 나는 국경에서 부모로부터 분리된 수천 명의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협상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썼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전 국무부 장관과 딸인 첼시도 이 트윗을 리트윗함으로써 지지를 보냈다.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주 미국이민세관집행국(ICE) 청사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트럼프 정부의 강화된 새 지침이 적용되면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격리 수용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일 미국 플로리다주 미국이민세관집행국(ICE) 청사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트럼프 정부의 강화된 새 지침이 적용되면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적발된 부모와 미성년 자녀가 격리 수용되고 있다. [AP=연합뉴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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